해마다 커지는 대중국 무역적자(무역불균형)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는 미국의 요구(위안화 절상)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수준. 두 정상은 기존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며 회담을 끝냈다. 결국 양국간 환율 전쟁의 양상은 미국이 압박하면 중국이 마지 못해 소극적으로 위안화를 절상하는 기존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미ㆍ중간 공정한 교역을 위해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서 좀 더 절상되는 쪽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압박했다. 하지만 후 주석은 "무역불균형은 환율 때문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으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공방은 계속됐다. 미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후 주석과의 8차례 만남 중 가장 강한 어조로 위안화 절상 압박을 했으나, 후 주석은 환율 대신 중국 내 미국기업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정책만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두 나라는 공동성명에 '미국은 달러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주시하고 중국은 위안화 환율 개혁과 유연성을 증대하는 한편, 경제개발 모델 전환도 촉진할 것'이라는 원론 수준의 합의만 명시하는 데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세 배경에는 거꾸로 달리는 양국간 환율과 무역수지가 있다. 위안화 환율은 2001년초 달러당 8.2781위안에서 지난해 11월말 6.6674위안으로 24%나 하락(가치 절상)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830억달러에서 2,542억달러(지난해 11월까지)로 3배 이상 늘었다. 통화 가치가 오른 국가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상대방 국가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게 정상인데, 미ㆍ중 간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던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의 '평행선' 대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미국은 지난해 선거 정국에서 표심을 의식해 파상공세를 펼치기도 했지만, 세계 최대의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을 계속 압박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후 주석을 수행한 중국 고위 관료들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 압박 이전에 무기류에 대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와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무역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양국간 신경전은 계속 되겠지만 극한 대립이나 파격적 합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내부의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등을 감안하면 중국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라도 위안화는 점진적으로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위안화와 맞물린 달러가치 하락은 원ㆍ달러 환율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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