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다."
14년 만의 국빈만찬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저녁 어느덧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중국의 최고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극진히 예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간베이'(干杯)라는 중국어 건배사가 나왔다.
환율ㆍ인권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오전의 정상회담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후 주석에 대한 배려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드레스코드에 잘 묻어났다. 미셸 여사가 고른 의상은 꽃무늬가 수놓인 붉은색 이브닝드레스. 행복과 번영을 상징하는 붉은색은 중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맨 턱시도 정장 차림으로 만찬장에 들어섰다.
반면 후 주석은 푸른색 넥타이와 비즈니스 정장을 배합한 평범한 옷차림으로 나타나 화려함이 돋보인 오바마 부부와 대조를 이뤘다.
만찬 메뉴는 철저히 미국식으로 꾸며졌다. 메인주(州) 바닷가재를 주요리로 립 아이 스테이크, 감자 등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후식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애플파이가 나왔고, 캘리포니아ㆍ워싱턴주에서 공수된 미국산 와인이 곁들여졌다.
적어도 한두 가지 요리는 중식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인데, 중국이 먼저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조리 역시 이전 국빈만찬과 달리 크리스티나 코머포드 수석 주방장 등 백악관 전속 요리사들이 도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배사를 통해 "두 나라 사이에는 문화와 인식의 차이가 있지만 양국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 특히 가족에 대한 가치를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후 주석의 무게감을 반영하듯 거물급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이날 국빈만찬에 초청된 인사는 총 225명. 헤드테이블이 있는 스테이트다이닝룸에 수용할 수 없어 두 곳에 더 만찬장을 꾸려야 했다.
스티븐 추 에너지장관, 게리 로크 상무장관을 비롯한 중국계 전ㆍ현직 각료와 의회 의원들은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으며, 영화배우 재키 찬(청룽), 피겨스케이팅 스타 미셸 콴, 첼리스트 요요마 등 문화ㆍ예술ㆍ체육계 유명인들도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부부, 스티븐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등 미 정ㆍ재계 고위 인사들도 후 주석과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제외한 미 의회 주요 인사들은 중국의 경제ㆍ인권 정책에 반감을 표시하며 만찬에 불참했다. 후 주석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답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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