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교육 중심과 연구 중심으로 나누는 현정부의 이분법은 잘못된 것이다. 대학의 본령은 연구가 아니라 교육이다. 학부 중심과 대학원 중심으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2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17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영길(72ㆍ사진) 한동대학교 총장은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대학정책의 문제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김 회장은 “대학 학생 구성비가 학부생 90% 이상을 학부중심 대학이라고 정의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95%가 학부중심 대학”이라며 “대졸자의 15% 만 대학원에 진학하고 손에 꼽힐 정도의 소수 대학만이 대학원 중심대학의 여건을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현 정부의 대학 지원은 연구중심 대학에는 7,000억원을 지원하면서 교육중심 대학에는 고작 3,000억원만 배정하고 있으니 정부의 대학 지원이 거꾸로 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대학교육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학부중심 대학에 대해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입학사정관제는 각 대학별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인데 현재는 대학별 자율성보다는 양적 팽창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발과 교육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각 대학은 학업성적은 다소 뒤떨어지더라도 대학의 교육 환경 속에서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뒤 “앞으로 대교협이 주도해서 선발보다는 추후 교육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교협이 대학별로 특색 있는 입학사정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작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이 연구만을 위한 연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대학의 사회적 공헌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학의 사명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통한 사회공헌’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21세기 대학은 전통적인 지식전달과 함께 ‘모르는 것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인 창의력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하며, 윤리와 성실성을 강조하는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뉴욕 RPI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을 거쳐 1995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5년 한동대 초대 총장에 임명됐다. 작고한 김호길 포항공대 초대 총장의 동생이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7일까지다.
부산=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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