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제강(柔能制强)'.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는 말이다. 정상급 레체로 테너 프란치스코 아라이자(61)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레체로'는 '가볍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레체로 테너의 소리는 부드럽고 밝아 모차르트나 로시니, 도니제티 등의 오페라에 잘 맞는다. 주세페 디 스테파노,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 역사적 레체로들의 뒤를 잇는 그는 이번 첫 내한에서 베르디의 '오델로' 중 '밤의 정적 속으로 소란은 사라지고' 등 한국의 소프라노 김인혜씨와의 2중창 무대도 마련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멕시코 출신의 아라이자가 세계 무대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80년대 지휘자 카라얀이 발굴, 소개하면서부터. 세계적 음악 축제로부터 잇따라 초청을 받으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테너"라는 평단의 말에 이어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찬사까지 얻게 된다. 1988년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성악가 최고의 호칭인 '궁정 가수'를 부여, 세계 최고의 성악가로 공인했다.
중견과 신예 등 한국인 협연자들과의 화음이 또 다른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협연할 소프라노 김인혜씨는 "한국에도 레체로는 많지만 나이 들었어도 젊은 목소리를 잃지 않는 아라이자는 롱런하는 가수의 모범 사례로 한국 음악가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말로만 듣던 힘과 절제미의 조화를 바로 옆에서 느낄 기회"라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음반 등으로만 접하던 분이 방한해 정말 감사하다"며 "이번 자리는 직접 보고 배운다는 의미가 개인적으로 크다"고 덧붙였다.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인 김씨는 또 "본디 강하다는 평을 듣는 나의 목소리와, 레체로이지만 최근 들어 강해져 가고 있는 아라이자의 목소리가 어울려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 중 '어느 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등을 들려준다 .
한편 아라이자의 제자이기도 한 소프라노 정주희도 출연, 스승과 함께 푸치니의 '라보엠'중 남녀 주인공의 이중창'오 사랑스런 여인이여' 등을 들려준다. 반주는 서희태씨가 지휘하는 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 2월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6377-1250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