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자문형 랩어카운트(이하 자문형 랩)다. 큰손들의 뭉칫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도, 그럼으로써 주식시장에 개인 자금을 계속 공급하고 있는 것도 다 자문형 랩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갈수록 약해지는 지금, 주가가 더 오를지 여부는 자문형 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자문형 랩 돌풍의 중심에 투자자문사인 한국창의투자자문(이하 한국창의)이 있다. 이제 출범한 지 겨우 한달 반. 그럼에도 이 신생 투자자문사에 시선과 돈이 쏠리는 이유는 ‘증시 스타’출신의 CEO인 서재형 대표 때문이다. 펀드 열풍 때 미래에셋의 간판인 ‘디스커버리’를 책임졌던 바로 그 사람이다. 국민은행 출신인 그는 2004년 대학친구인 미래에셋 구재상 부회장의 권유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 펀드매니저로 활약하다 작년 7월 독립했다.
서 대표의 한국창의가 자문형 랩 자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3일부터. 불과 한 달여 만에 1조5,000억원이 몰려들었다. 이중 상당수는 ‘서재형’이름 석자를 보고 맡긴 돈이라 해도 틀리지는 않다는 게 증권가의 얘기이다.
그를 비판적으로는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07년 펀드 열풍의 주역이었던 그가 이번에는 자문형 랩 돌풍의 중심에 섰으니, ‘버블 메이커’란 비판이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 대표는 지금 시장을 “결코 과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문형 랩으로) 과열을 일으키고 있지도 않으며 그럴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첫째 근거는 투자자들이 달라졌다는 것. 그는 “2007년 펀드열풍 때는 투자자들이 낙관에 취해있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충분히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둘째는 기업가치의 변화. 주가는 결국 기업이 결정하는 건데, 그 동안 기업의 이익은 50% 정도 커졌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2007년에는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5~16배에 달하는데도, 시장에선 PER 20배, 30배까지도 괜찮다고 했다. 상승장 마지막 국면인데도 컵이 실제 사이즈보다 훨씬 크다고 우기니 개인들이 펀드에 돈을 쏟아 넣으며 주식에 뛰어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가가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할 만큼 오른 상태지만, 그가 보기에 지금은 ‘여전히 주식을 사야 할 때’이다. 최근 개인자금이 증시에 유입되고는 있지만, 빠져나간 것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작년 한해 공모펀드에서 20조원이 순유출됐고 지금도 매일같이 이탈하고 있는데 자문형 랩으로 돈이 이동했다고는 하나 20~30%정도밖에 오지 않았다”며 “개인들은 아직도 주식을 사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도 자신하고 있다. 한국창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KB금융 현대차 등 15개 정도. 지금까지 배당을 포함하면 약 10%의 수익을 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6% 올랐다. 그는 “창의 포트폴리오의 PER가 현재 10.2배인데 앞으로 13배 이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자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이익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주가가 30% 이상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서 대표는 “시장이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고 판단되거나 과열 징후가 있다고 판단되면, 설령 주가가 더 오른다고 해도 고객으로부터 투자 자금도 받지 않고 주식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과열의 기준은 PER 13~15배. 그는 “금융상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잘 팔리는 속성이 있지만, 한두 해 수수료 수입에 눈멀어 회사를 탐욕스러운 이미지로 만들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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