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걸그룹 카라가 '제2의 동방신기'가 될 것인가.
카라의 리더 박규리를 제외한 한승연 정니콜 구하라 강지영 등 4명이 소속사 DSP미디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19일 연예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당혹감에 휩싸였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며 활발히 활동해온 카라와 소속사간 다툼이 다른 걸그룹에까지 파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사태 수습에 나선 DSP미디어 측이 이날 구하라 측을 설득해 일단 이탈자는 3명으로 줄었다. DSP 측은 "불미스러운 일이 확대되지 않고 조정과 화해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계약해지를 통보한 이들은 소속사가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을 강요하고, 인격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이들이 부당한 대우의 구체적 사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표현 수위로 볼 때 성적인 문제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엉덩이 춤 등 지나친 섹시 컨셉트 갈등?
국내 가요계에 걸그룹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2009년부터다. 남자 아이돌 그룹이 일단 뜨면 큰 수익을 올려도 키우기 쉽지 않은 반면 걸그룹은 초반 기세를 잘 잡으면 단기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도 걸그룹 번성의 한 요인. 여기에 우후죽순 쏟아진 걸그룹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려다 보니 더 과감한 노출과 더 섹시한 춤을 앞세우는 경쟁이 벌어졌다.
카라의 막내 강지영은 94년생으로 아직 미성년자다. 하지만 카라는 '미스터'로 활동할 당시 엉덩이 춤으로 걸그룹 섹시 컨셉트의 정점을 찍었다. 20대인 다른 멤버들도 종종 지나친 섹시 컨셉트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카라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랜드마크의 홍명호 변호사는 "카라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릴 만큼 멤버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며 "오래 참아오다 권익 보호와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소속사의 열악한 대우 문제
소속사가 카라의 인기에 값 하는 충분한 대우를 하지 않아 갈등이 곪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라는 최근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끌면서 가혹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누적된 피로와 혹독한 다이어트,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괴로움 등을 방송에서 토로하기도 했다. 숙소 문제 등 소속사의 인색한 지원도 도마에 올랐다. 카라는 '미스터'로 성공한 이후에야 초라한 숙소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불거진 이른바 노예계약 파문 때도 논란이 됐지만, 적잖은 아이돌 그룹이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불합리한 계약과 열악한 대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에선 음모론도 나온다. 계약만료를 앞두고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뒤에서 연예인들을 쥐고 흔드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핑클 젝스키스 클릭비 SS501 등 아이돌 가수를 여럿 길러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호연 DSP 대표가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진 뒤 파벌다툼을 벌이던 매니저들이 소속 연예인들을 부추겨 탈퇴를 종용한다는 것이다.
뜨는 아이돌 그룹의 홀로서기 수순인가
리더 박규리가 전속계약 해지 통보에서 빠지고, 구하라가 해지 통보를 번복하면서 멤버들이 3대 2로 갈리자 '제2의 동방신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더욱 무성하다. 5인조 그룹이었던 동방신기는 2009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등 3명이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며 탈퇴했고, 최근 2명만 남은 동방신기와 이들 3명이 새로 결성한 JYJ가 각기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다툼을 성공한 아이돌 그룹에서 심심찮게 불거지는 수익 배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DSP 측에서는 "일부 멤버의 부모들이 계속 계약과 돈 관계로 꼬투리를 잡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활동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니콜의 어머니가 당초 계약과 달리 더 많은 수익 배분을 요구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박규리가 처음부터 탈퇴 대열에서 빠진 것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홍 변호사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규리가 이날 "동생들이 소속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힌 점도 석연치 않다. 두 달 전부터 논의가 된 것을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 등 멤버 간의 갈등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다분해 여러모로 동방신기 해체 양상과 비슷한 전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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