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후보자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로 또 한 차례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 민주당까지 가세, 이 문제가 지난해 세종시 논란에 이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우려까지 있다.
논란은 최근 대덕특구를 방문한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2007년 대선 당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다짐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 충청권의 반발을 의식한 한나라당은 그제 정두언 최고위원 주최로 토론회를 열어 공약 이행을 강하게 촉구하는 한편 임 비서관의 문책까지 거론해 이견이 표면화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조속한 입지 선정을 바라는 과학계의 희망과는 달리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후 청와대가 보인 심드렁한 태도가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임 비서관의 언급으로 확인된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세종시 수정안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실익 없이 평지풍파만 일으킬 것이 걱정된다. 이런 우려를 씻으려면 정부는 상반기에 마칠 예정인 입지 선정 일정을 더욱 앞당겨야 한다. 그에 앞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따른 감정적 앙금을 씻어내는 게 급하다. 청와대는 수정안 부결 직후'원점 재검토'를 들고 나왔다. 중이온가속기 건설 등에 3조5,000억 원이 들어가는 과학벨트를 세종시에 설치하는 방안은 애초 세종시 수정안에 딸린 것이어서 수정안 부결로 원인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당시 청와대의 일시적 감정 표출로 이해한 것이 이렇게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는 세종안 수정안에 앞선 대선 공약이었고, 그 약속을 저버릴 특별한 사정 변경도 없었다. 따라서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 유인책으로 덧붙인 추가 혜택을 덜어내는 것은 스스로 협량을 드러내는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와서 공약을 뒤집어 그 뒷감당을 어찌 할 요량인지 의문이다. 순리대로 입지 선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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