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목을 통틀어 최장 경기시간을 '자랑'하는 종목은 뭘까.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고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는 거의 모두 경기제한시간이 있다. 축구는 전 후반 각 45분씩 주어지고 루스 타임(lose time)도 길어야 10분이다. 연장 전후반도 각 15분으로 길어야 2시간 안팎에서 승부가 난다.
농구와 배구도 최장 2~3시간이면 경기가 종료된다. 9회가 종점인 야구도 연장접전까지 포함해도 6시간을 넘지 않는다. 국내프로야구 최장 경기시간도 5시간58분이다. 하지만 이들 종목을 무색하게 하는 경기가 크리켓이다.
국내에선 비인기 종목이지만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가들 사이에선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크리켓은 경기시간이 기약 없이 길다는 점에서 단연 챔피언감이다. 하루 6시간씩 5일간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모두 단체전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의 운동량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개인전으로 최장 경기시간을 요구하는 종목은 테니스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언뜻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을 떠올릴 수 있으나 엘리트 선수들은 2시간 초 중반에서 레이스를 마친다. 하지만 테니스는 제한시간 규정이 없어 5시간 가까이 혈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펼친다. 지난해 윔블던에서 무려 2박3일에 걸쳐 진행된 경기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테니스가 이처럼 경기시간이 긴 이유는 개인 종목 중 유일하게 5세트 승부(4대 그랜드슬램대회와 데이비스컵)를 하기 때문이다. 3세트로 판가름 하는 투어 대회에서도 매 세트 타이브레이크 접전까지 이어지면 4시간 가까이 승부를 끌고 간다. 이쯤 되면 선수들은 거의 탈진상태에 빠진다.
배드민턴도 테니스 못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최장 1시간30분 이내면 경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1라운드 18홀을 도는 골프도 4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체력소모와는 거의 무관한 종목이다.
수영 3.8km 마라톤 42.195km 사이클180km를 17시간 이내에 이어 달리는 철인3종 경기가 강력한 맞수로 거론되지만 3가지 종목을 합해 놓았다는 점에서 단일 종목인 테니스와는 격이 다르다.
이에 반해 단시간에 체력소모가 큰 종목은 복싱으로 평가된다. 복싱은 그러나 최장 12라운드로 경기시간은 불과 36분이 소요된다. 미국 스포츠사이트 ESPN은 지난해 말 8명의 전문가들이 60개 종목을 대상으로 난이도가 높은 정도를 수치화했는데 복싱이 가장 힘든 스포츠로 선정됐다. ESPN은 인내력ㆍ내구력ㆍ힘ㆍ스피드ㆍ긴장ㆍ유연성ㆍ민첩성 등 10개 항목을 제시하고 10점 만점의 평가수치를 받았다. 이중 복싱이 72.375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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