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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조선족 출신 탁구 신예 정상은·강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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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조선족 출신 탁구 신예 정상은·강미순

입력
2011.01.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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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직 한국어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아니에요. 저 혼자서 버스도 탈 수 있고, 영화관도 잘 가요." 정상은(21ㆍ삼성생명)이 같은 조선족 출신인 동생 강미순(18ㆍ대우증권)이 아직까지 한국말이 서툴자 무뚝뚝하지만 진심 어린 어투로 충고의 한 마디를 던졌다.

그러자 한국에 온 지 3년이 지난 강미순은 이제는 한국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고 있다는 듯 오빠를 안심시켰다. 조선족 출신 탁구 선수 정상은과 강미순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코리안드림'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올림픽 메달'이라는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4일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이들을 만나 국내생활 적응기와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서 들어봤다.

조선족의 '슬픈 현실' 피해 한국행

2005년 정상은은 조선족들에 대한 텃세가 만연한 대륙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왔다. 탁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6세부터 라켓을 잡은 그는 '탁구천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빼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서 '조선족 출신의 한계'에 부딪혀 먼저 한국에서 터를 잡고 있었던 부모님의 뒤를 따랐다.

그는 "중국에서는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키워주는 시스템이 약해요. 차별 없는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인천에서 탁구장을 운영해 인근 동인천고를 다녔던 그는 삼성생명의 눈에 띄어 실업팀에 입단했다. 기본기가 탄탄했던 그는 2007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중국의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강미순은 스카우트를 받은 케이스. 중국의 루넝클럽에 몸 담고 있었던 그는 한국 실업팀과 교류전을 위해 한국을 종종 찾았고, 2008년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 현대시멘트라는 실업팀이 있었다면 지금도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거에요. 현대시멘트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저를 영입한다고 했거든요"라며 어눌한 어투로 설명하던 강미순은 "그 팀이 해체됐고 마침 대우증권에서 불러줘서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행에 몸을 실었어요"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자립형 독종' 정상은, '울보 소녀형' 강미순

초등학교 때부터 독립한 정상은은 자립심이 강했다. 그는 "혼자서 생활하는 게 적응돼서 그런지 한국 와서도 일반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등 또래들과 비슷하게 지냈어요"라며 문제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려서부터 자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일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정상은에게는 '독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 그는 비슷한 또래의 이상수(21)와 서현덕(20) 등이 소속팀에 입단하자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완전한 '한국인'이 됐다. 정상은은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노래방에 가 스트레스도 풀어요. 술을 마시진 않지만 가끔씩 술자리도 가져요"라고 털어놓았다.

강미순의 한국 적응기는 힘겨웠다. 3년 일찍 한국에 건너온 정상은이 '선후배 관계' 등의 조직생활과 규율 등에 대해 조언했지만 쉽게 적응하진 못했다. 강미순은 "중국에서는 호칭 같은 게 없어 한국의 선후배 관계가 가장 힘들었어요. 반말 한다고 언니들에게 많이 혼났어요"라며 아직도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시 15세의 소녀 강미순에게는 모든 게 낯설었다. 이로 인해 그는 밤마다 눈물을 터트려 '울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고 울 때마다 먹는 것으로 풀었어요. 아이스크림, 피자, 햄버거 등을 밤마다 먹다 보니 살이 한 때는 10㎏까지 불어 운동하기 조차 힘들 정도였어요"라고 고백했다.

'조선족 1호 국가대표'와 올림픽 메달 향해 경쟁

혹독한 한국 적응을 마친 이들은 최근 실업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종합선수권에서 남자 단식 첫 우승을 차지한 정상은은 한국탁구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이상수 서현덕 정영식 김민석 등 실력이 좋은 또래들이 많아 자극이 되요. 이들과 경쟁에서 이겨 조선족 출신 1호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라고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정상은과 강미순은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하며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국가대표가 아니었다. 정상은은 "종합선수권 우승으로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잔 플레이가 많이 줄었고 남들보다 스피드 면에서 자신이 있어요"라며 올해 성적을 기대해달라는 듯 말했다.

왼손 셰이크핸드형인 강미순도 점차 파워가 붙으면서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여자탁구의 유망주 양하은(흥진고)을 제치고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단식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강미순은 "하은이와 5번 붙어서 3번 이겼어요. 수비형에게 약점이 있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어 올해는 실업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어요. 또 (당)예서 언니보다 더 잘 할거에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코리안드림을 향해 정진하고 있는 둘에게 최종 목표를 물으니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올림픽 메달 목표에 조금 조금씩 다가갈래요."

●정상은 프로필

생년월일 1990년 4월2일

신체조건 170㎝ 60㎏

출생 중국 지린성 연변

소속 삼성생명

한국 입국 2005년

전형 오른손 셰이크핸드

주요경력 세계주니어선수권 1위(2007),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단식 우승(2009), 종합탁구선수권 단식ㆍ단체전 1위(2011)

●강미순 프로필

생년월일 1993년 2월16일

신체조건 167㎝ 55㎏

출생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

소속 대우증권

한국 입국 2008년

전형 왼손 셰이크핸드

주요경력 중국 주니어 대회 단식 2위ㆍ복식 1위(2007), 전국종별선수권 복식 3위(2009),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단식 1위, 중국오픈 21세 이하 단식 2위(이상 2010)

용인=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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