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상 최악의 구제역 반열에 오른 이번 구제역이 19일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월28일 발생 이후 53일째 구제역이 끊이지 않으면서 역대 최장기록(종전 2002년 5월2일~6월23일)을 깬 것.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강원 영월과 삼척의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최종 확인돼 전체 발생 건수가 124건으로 늘었다. 일부에서는 이달 초 하루 4~10건에 이르던 발생 건수가 10일 이후 감소하면서 확산세가 누그러진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추운 날씨와 인구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명절이 겹치면서 구제역이 재창궐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백신 효과는
현재로서 구제역 확산을 저지할 유일한 무기는 백신 접종. 일단 소를 대상으로 한 1차 백신접종이 완료되면 확산세가 상당 부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소에 대한 접종률은 전국 평균 93% 수준이다.
백신을 접종하면서, 살처분에만 의존하던 때에 비해 확산 속도가 확실히 느려졌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인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날씨 등 다른 조건은 비슷한데 발생 건수가 주춤한 것은 백신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으로) 감염 동물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리고 풀이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 형성 기간이 2주일이며, 한두 달 뒤에도 양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변이하는 경우도 있어 백신이 완벽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소에 비해 보급이 더딘 돼지의 백신 접종 진척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현재까지 경기ㆍ강원ㆍ경북 등 주요 발생지 종돈장에는 백신 보급이 완료됐지만, 양돈농가 보급률이 미미한 상황이다. 돼지는 소보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는 않지만 바이러스 분출량이 1,000배에 이른다.
남은 변수, 설ㆍ한파ㆍ홍성
앞으로 최대 고비는 설 연휴가 될 전망이다. 매년 설이나 추석 연휴 중 이동하는 인원이 전국적으로 2,500만~3,0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 잠재적 전염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귀향을 자제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그래도 설은 설이다. 대이동이 시작되면 전국 각지로 바이러스가 퍼질 개연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방역 당국은 설 연휴 동안 주요 역과 터미널 등에 방역 초소를 확대 설치키로 했다. 특히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귀성객에 대해 고향에 가더라도 축사 근처에 절대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날씨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섭씨 영하 10도 내외의 한파가 계속되면 바이러스가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며 "기온이 영상으로만 올라와도 소독 효과가 즉각 나타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다음주 중반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수은주가 여전히 영하에 머물 것이라는 게 기상청 관측이다.
방역 당국은 또 18일 충남 예산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 예산과 맞닿은 홍성 지역은 소ㆍ돼지 사육두수가 50만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축산지역이기 때문. 인근의 보령 당진 천안에서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마당에 예산마저 뚫려 완벽한 포위망이 형성되자, 당국은 이 일대에 대한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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