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통일 준비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삼는다고 야단법석이다. 통일부는 3대 추진 목표의 하나로 통일 준비를 선정하였고, 지난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통일세를 올해 안에 구체화하겠다고 한다.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억 원을 들여 통일세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통일 공론화 사업에도 그만큼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 과정에 통일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이기적인 것으로 몰고, 통일 준비를 비판하면 반통일분자로 모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돈을 쏟아 붓고, 정치적으로 강조한다고 해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진작 통일이 되었어야 한다.
통일 지지 갈수록 낮아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분단 이후 절대적 명제였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통일에 반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통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분구필합(分久必合) 즉, 나누어진 것은 반드시 합친다는 소설 삼국지의 첫 문장은 '역사적' 교훈일 뿐, 탈근대의 범지구화 다문화 시대에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통일로 부국강병이 된다는 말도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와 닿는 말이 아니다. 못된 북한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도덕적 정당성이나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실 60년 동안 통일을 노래하였지만 국민의 통일 지지도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한 때 80%를 넘던 지지율은 지난해에는 60%에도 못 미쳤다. 개인적으로는 이 수치도 그나마 여론조사 결과뿐이라고 확신한다. 주위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하여 어떤 사람들은 전가의 보도인 '잃어버린 10년' 혹은 '좌파 탓'이라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통일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지도가 엷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 동안 통일문제는 개인의 삶과는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나뉘어 있었던 까닭에 사악함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한 나라가 아닐 수 있었고, 남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게으르고 무책임한' 북한사람들과 이웃으로 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에 들어가고 G20 국가로 성장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핵을 개발하고 잊을 만하면 사고를 치는 북한이 짜증나고, 헐벗은 북한사람들이 때론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이 적지 않은 고통이 동반하는 통일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연말 통일의 상대편인 북한은 "체제통일은 하늘땅이 천백 번 뒤집혀도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현재 남북한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남녀와 같다. 연애는커녕 만나지도 않고 전혀 결혼할 생각도 없는 상대를 두고 결혼 준비를 강요하는 형국과 다를 바 없다.
하나 되기 앞서 서로 통해야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저쪽뿐 아니라 이쪽 결혼 당사자도 결혼 의사가 별로 없고 한쪽 부모만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결혼을 하여야 하는지 당사자들이 충분히 납득하여야 하고, 결혼이 어떤 상태인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결혼으로 가기까지 상호 이해와 애정은 필수적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략적 결혼이 아니라면 결혼은 결과이지 목적일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통일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됨이 좋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다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하나가 되지 않더라도 서로가 통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상대를 같게 만들려고 할 때 부부간에 갈등이 시작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통일이 아닌 통이(通異)를 바라는 것이다. 통일이 되더라도 통이는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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