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체벌금지의 적절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 지도에 숨통을 트는 방안이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직접체벌은 금지하되, 교육적 훈육을 위한 간접체벌은 일선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이를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일부 시ㆍ도교육청에서 체벌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후속조치 미흡 등으로 논란을 부추긴 현실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방안이다. 최소한으로 절제해 활용한다면 효율적인 학생 지도에 도움될 것이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지만 체벌 전면금지와 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원이 학생을 지도할 적절한 수단이 없는 어려움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 역시 학생 지도의 본질을 비껴갔다는 생각이다. 체벌 허용 여부가 학생들을 통제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가하는 체벌의 이면을 제대로 알아야 하다는 이야기이다. 체벌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학생의 인권보호 조치가 나머지 학생들의 학습 받을 권리보다 크다는 판단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체벌을 필요로 하는 학생보다는 체벌이 필요 없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체벌의 종류보다는 금지와 허용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필수불가결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간접체벌을 허용하기까지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민은 매우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간접체벌 허용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최선의 방향이었는지에 대해선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조금 더 고민한 후에 보다 교육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교육현장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꿰뚫고 있었어야 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은 체벌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벌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더라도 교사들이 당당히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가벼운 체벌을 하고서도 그에 뒤따를 부작용을 겁내 학생 지도를 회피한다면 그것은 당당한 교육이 될 수 없다. 한 학생에게 체벌이 필요할 경우 더 많은 학생들을 위해 그것이 당당하게 이뤄질 때 '사랑의 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의 우려처럼 간접체벌이 남발되는 일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사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양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등교 정지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학생들에게 흔히 무단결석을 동반하는 등교 정지를 내리기까지 학교는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한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지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두 차례의 체벌로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를 관련규정을 철저히 적용시켜 학교 밖으로 학생들을 내보내는 마음은 교사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학교문화 선진화를 위한 방안으로 간접체벌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더 나은 방안을 찾기 위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체벌을 하더라도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다. 잘못한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불투명한 미래를 안겨 주어서는 안 된다.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성장했을 때 사회에서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 또한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이창희 서울 대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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