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야 통합 과도정부의 대통령과 총리가 집권 여당을 탈퇴했다. 앞서 신임 장관 4명이 과도정부가 출범한 지 하루 만에 사퇴를 발표하면서 튀니지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과도정부에 대한 반발시위가 그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지만 반대시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18일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아드 메바자 임시 대통령과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이끌던 입헌민주연합(RCD)에서 탈퇴했다. 간누치 총리는 "정부와 당을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바자 대통령과 간누치 총리의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정부의 중립성을 강화해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앞서 야권 출신 장관 4명이 사퇴하는 등 정국이 격랑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튀니지 총노동연맹(UGTT) 소속으로 노동장관을 지명된 후시네 디마시와 압델제릴 베두이 총리실 소속 장관, 아누아르 벤게두르 교통장관과 또 다른 야당 소속 무스타파 벤 자파르 보건장관도 "과도정부에 구악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사퇴했다. 시위대 역시 구체제 인사들이 권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며 RCD의 해산을 요구하며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야권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망명 중이던 야권 지도자 몬세프 마르주키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이날 귀국했다. 벤 알리 정권아래 활동이 금지됐던 엔나흐다당은 공식적인 정당 지위를 요구하고 총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랍 정상 20여명은 19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아랍정상회의에 참석, 튀니지 국민봉기는 빈곤과 실업으로 인한 것으로 규정하고 빈곤 퇴치를 위한 아랍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랍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아랍권 내 실업 해소, 물가 안정을 위해 2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이날 축출당한 벤 알리 전 대통령의 스위스 내 자산을 동결키로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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