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 데는 많고, 들어올 데는 적고….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그만한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곳간은 갈수록 비어가고 있어 재정확충이 시급하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08년 1조3,667억원 흑자를 낸 뒤 2009년 적자(32억원)로 돌아선 데 이어 작년에는 1조2,994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은 7.6%(2조3,000억원) 늘었지만, 지출이 그보다 많은 11.8%(3조5,0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올해에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눈덩이 적자의 원인은 수입보다 휠씬 빠르게 증가하는 지출이다. 올해에만 새로 보험적용 확대를 위해 들어가는 돈은 3,319억원에 이른다. 그간 환자 자비로 부담했던 골다공증(1,333억원 추정)과 당뇨(510억원) 치료제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고, 사각지대였던 고가 항암제와 소아암 환자를 위한 고가 방사선 치료 등에 대해서도 보험혜택을 주기로 했다. 여기에다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도서지역 의료시설 확충과 응급서비스 보강 등도 모두 지출 증가로 연결된다.
씀씀이가 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재정확충은 쉽지 않다. 가장 큰 것이 건강보험료 인상인데, 준조세 성격이 강한 만큼 사실상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리긴 어렵다. 때문에 올해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5.9%에 그쳤다. 복지부는 일단 부과방식 변경을 통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전체 가입자 평균 납입 보험료의 24배로 돼 있는 고소득자의 보험료 부과 상한선을 30배로 상향조정하고, 재산이 많아 보험료 부담 능력이 있는데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돼 있는 사람에게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증가한 보험료가 많아야 1,000억원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진료비를 개별 의료행위마다 부과하는 행위별 수가제에서 특정 질병에 대해 통째로 진료비를 매기는 포괄수가제 적용을 확대하고, 의약품 처방행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지만, 재정악화를 막긴 쉽지 않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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