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권력 공백사태가 빚어진 튀니지에서 17일(현지시간)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독재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거 유임되면서 과도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로 정국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야권 인사를 포함한 과도정부 내각 총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벤 알리 전 대통령과 대립했던 야당 인사인 나치브 체비 진보민주당 대표, 아흐메드 이브라힘 에타지드당 대표가 각각 지역개발장관과 교육장관에 포진됐다. 반정부 블로거로 유명한 슬림 아마무가 아동청소년부 장관에, 프랑스 식민지배를 비판한 영화를 제작한 머피다 트라틀리 감독이 문화장관에 내정됐다.
그러나 간누치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고 국방, 내무, 외무, 재무 등 주요 부처 장관직에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속했던 집권여당 입헌민주연합(CDR) 인사들이 자리를 보전하자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날 수도 튀니스에서는 1,000여명이 신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마수드 라마다니 노동자단체 관계자는 알 자지라에 "튀니지 국민들이 봉기해 벤 알리를 축출했는데 과도정부는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으나 곳곳에서 총성이 들리는 등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내 파열음도 만만치 않다. 영국 BBC방송은 18일 새 내각에 포함된 총노동연맹(UGTT) 소속 장관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UGTT는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며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간누치 총리는 ▦완전한 언론자유 ▦부정축재자 처벌 ▦정치범 석방 ▦인권단체 활동 금지 법안 철회 등 개혁 조치도 함께 발표했으나 여론에 반하는 내각 인선으로 촉발된 국민 반발을 무마시키지 못했다. 과도정부가 대선과 총선 실시 시기를 "늦어도 6개월 내에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도 조속한 정부 수립을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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