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그동안 잡음이 많았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연줄이 좋아 됐다는 둥 심사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뒷말이 심심찮게 있었다. 이런 시비를 없애기 위해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중요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 인정)에 관한 운영 규정’을 마련해 18일 대전정부청사에서 공개설명회를 했다.
신설 규정의 핵심은 문화재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데 있다. 지정에 필요한 조사 내용과 평가 항목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점수를 매겨 선정한다. 세부 항목별로 수준(매우 미흡, 미흡, 보통, 우수, 탁월)을 평가해서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문화재전문위원이 후보자를 조사해서 낸 보고서를 보고 문화재위원회가 결정했는데, 평가 항목과 기준이 불분명해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쭉 그리 해온 것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2년간 연구와 워크숍, 공청회, 모의평가를 해서 새 규정을 만들었다.
조사 지표의 하나로 전승 활동을 평가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일단 보유자로 인정받고 나면 전승 활동에는 소홀한 예가 꽤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조사 항목은 크게 전승 가치, 전승 능력, 전승 환경 등이고 항목마다 평가를 위한 세부 지표를 마련했다. 예컨대 굿이나 연희 같은 단체 종목은 23개 항목, 판소리나 공예 같은 개인 종목은 29개 항목을 평가하고, 각각 실기 능력을 검증한다.
이번 신설 규정에 대한 대체적 반응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던 심사를 세목에 따른 점수제로 바꾼 것은 투명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지만, 시비를 완전히 없애려면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승 능력을 평가할 때 최근 10년 간의 활동이나 전승 시설을 보도록 한 것은, 세상에 덜 알려졌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간신히 내려온 종목과 후보자에게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설명회에서는 전수조교를 지정하기 위한 평가를 보유자가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맡긴 점, 후보자들의 실기 평가를 실기 전문가가 아닌 학자 등이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 제기가 있었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심사위원의 자격을 평가하는 기준은 왜 없냐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무형문화재 지정을 둘러싼 시비는 누가 보유자가 되느냐에 쏠렸지만, 실은 심사위원이 더 문제”라며 “종목 지정과 보유자 요건만 강화할 게 아니라, 심사위원의 자격과 도덕성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천연염색 보유자 선정에 의류직물학자가 심사를 한다든지, 심사위원과 후보자의 개인적 관계가 선정 여부를 가른다든지 하는 예가 있었다. 그는 “이번 신설 규정에 따라 이미 지정된 종목과 보유자를 재평가해 잘못 지정됐다 싶은 것을 해지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신설 규정을 계속 보완해 좀더 공정하게 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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