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다 뛰어 내릴 것 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최저 기온 영하 11도의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 오후. 서울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강희준 (사진) 경장은 마침 성산대교를 순찰 중이었다. 상습 정체 구간이기도 했고, 그날따라 차가 밀려 교통 정리가 필요했던 터. 그 때 다리 난간 주위를 서성이는 박모(36)씨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자살하려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강 경장이 다가서는 순간, 박씨는 난간을 넘었다. 그는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강 경장은 일단 말을 붙였다. "거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일단 이리 나와서 담배나 한 대 피면서 얘기 좀 합시다." 하지만 박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평소에 지은 죄가 많아서 이제 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씨는 사업 때문에 사채를 빌려 쓰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불어나자 자살을 결심했던 것.
강 경장은 박씨의 팔을 잡았다.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계속 설득했지만, 박씨는 "갈 때가 됐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다 박씨가 결심을 굳힌 듯 몸을 다리 아래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강제로라도 끌어올리지 않으면 곧 떨어질 것 같았죠." 여차하면 자신도 다리 아래로 함께 떨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강 경장은 박씨의 팔을 놓지 않았다.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동료 경찰의 도움으로 강 경장은 박씨를 끌어낼 수 있었다.
마포서 관계자는 "강 경장의 빠르고 침착한 대처가 한 시민의 목숨을 지켰다"며 "박씨 가족이 찾아와 강 경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마포서는 강 경장에게 모범경찰관상을 수여할 예정이지만, 그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상"이라고 말을 아꼈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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