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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사의 숲' 10권 완간한 사찰생태 연구가 김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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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사의 숲' 10권 완간한 사찰생태 연구가 김재일

입력
2011.01.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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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모든 생명이 깃들어 사는 생명의 아지트에요. '살생하지 말라'는 불교 제 1의 교리는 불교가 숲의 종교이기 때문에 나온 겁니다. 석가모니는 숲의 성자였어요. 숲에서 태어나 숲으로 출가하고 숲에서 깨닫고 가르치다가 숲에서 열반했죠. 석가모니와 제자들도 처음엔 '숲에서 사는 사람들'로 불렸고요."

7년간의 사찰 생태 기행을 <산사의 숲> (지성사 발행) 10권으로 마무리한 사찰생태 연구가 김재일(64)씨는 불교와 숲과 생명의 깊고 오랜 인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2년 봄부터 2008년 가을까지 전국의 108개 사찰을 찾아가 생태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우리나라 사찰 숲의 생태 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총독부가 일본인 학자들을 동원해 <조선 수목죽류 분포도> 를 펴낸 이래 이 책이 처음이다. 일제는 산림자원 수탈이 목적이었고 수목만 조사했다. 반면 김씨의 책은 나무와 꽃, 풀뿐 아니라 새와 동식물, 곤충, 물고기, 조개류까지 절 숲에 사는 생명을 모두 품었고, 거기에 놓인 전각이나 탑, 바위 하나까지 숲에 들었을 때 보이고 들리고 밟히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사찰 숲의 오늘을 정확히 기록해둬야 훼손되더라도 어디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확인해서 제대로 복원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절 집 신세를 지면 조사의 객관성을 해칠까봐 절 밥 안 얻어먹고 절에서 잠도 안 잤어요. 딱 두 군데, 깊이 들어가기 힘든 비구니 사찰인 청도 운문사와 사월초파일에만 들어갈 수 있는 경북 문경의 봉암사만 빼고요. 운전하면 자연에 죄 짓는다는 생각에 운전 안 하고 대중교통으로만 다니느라 더 오래 걸렸죠. 이 책 때문에 절 집 불사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사찰 수행 환경을 지키는 데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이런 작업은 개인이 하기에 벅차다. 불교계나 학계가 나섰서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폐암과 싸우며 해냈다. 8년 전 처음 진단을 받은 뒤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다 해봤으나 더 이상 약이 듣지 않아 치료를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의사가 말했다. 3개월 밖에 못산다고. 2개월 남았다. 다행히 통증은 없지만 10분 걷기가 힘든 상태다. 17일 기자들을 만난 그는 죽음이 멀지 않은 환자 같지 않게 얼굴이 맑고 표정이 편안했다. 한동안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지금은 죽음이 끝이 아니고 그저 육신의 옷 갈아입는 거지,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 자리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이라고 했다.

그가 사찰 숲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20년 가까이 해 온 생태운동과 젊은 시절 5년간 출가했다 환속한 이력이 발화했다. 1994년 국내 첫 생태 탐방 교육 단체인 두레생태기행을, 이보다 앞서 91년 두레문화기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우리 민족문화와 전통을 살린 생태운동에 앞장서 왔다. 출가는 중학교의 햇병아리 국어 교사이던 40년 전, 학생들 데리고 안성 칠장사로 봄 소풍을 갔다가 만난 객스님이 인연이 됐다.

"한 10분쯤 짧게 한담을 했는데, 스님이 물었어요. 당신은 누구인가. 지금 누구와 함께 앉아 있는가. 대답을 못하겠더라구요. 내내 그 질문에 사로잡혀 있다가 그 해 10월 칠장사로 가서 출가했죠. 강원이나 선원에 들어가지 않고 절 집을 떠돌며 노스님들을 모시면서 그 분들 사는 모습에서 생태적 삶을 배웠죠."

행자 시절 그는 썩은 나무로 군불을 때다가 노스님에게 혼났다. 그 속에 든 애벌레를 보여주며 스님은 화탕지옥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세숫물을 별 생각 없이 버리다가 흙이 쓸려 나가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썩은 나무 하나, 흙 한 줌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불교의 생태관"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도시 숲은 시민들을 닮고 사찰 숲은 그 절에 사는 스님들을 닮는다고 했다.

"강원 북부에 서식하는 희귀종 올빼미가 경북 봉화의 한 절에서는 절 마당에 둥지를 틀고 살더군요. 스님들이 자연과 한 식구로 사니 새들이 경계를 안 하는 거죠."

생태가 잘 보존된 절들로 해남 미황사, 문경 봉암사, 봉화 청량사를 꼽는 그는, 문화유산으로서 사찰의 가치도 생태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쓴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는 부석사를 우리나라에 가장 아름다운 절로 꼽았지만, 아니에요. 부석사 일주문 가는 길에 사과밭이 있는데, 1년에 열두 번 이상 농약을 치니 곤충이 죄다 사라졌어요. 1500년 된 고찰인데 노거수 한 그루가 없고. 생태가 잘 보전된 절이라야 아름다운 절이라고 할 수 있죠."

그의 마지막 소원은 불교수목원이 생기는 것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조계종에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다녀 보니 사찰의 식생 파괴, 특히 교란이 심해요. 우리 절에 맞는 것들을 심어야 하는데, 절 집 마당조차 울긋불긋 외래종 꽃들이 많아요. 사찰의 유휴지에 불교수목원을 만들어 종자은행처럼 운영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식물 자원 전쟁 시대잖아요. 불교수목원은 한 종교만의 것이 아니라 민족문화와 전통을 보전하는 수목원이자 치유와 휴양,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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