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유'편에 북쪽바다를 북명(北冥)이라 했다. 그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곤(鯤)이다. 곤의 크기가 몇 천리나 된다. 곤이 변해서 새, 붕(鵬)이 되는데 그 새는 크기를 알 수가 없다. 그 붕이 바다가 출렁이고 큰 바람이 일면 남쪽바다 남명(南冥)으로 날아간다.
큰선비 조식 선생(1501~72)은 지리산에 들어 붕이 날아가는 바다 남명을 당신의 아호로 삼아 경륜을 펼쳤지만, 같은 지리산에 똬리를 튼 K당 주당들은 그 뒷이야기로 밤마다 분분하다. 이름 하여 '소요유 외편 (外篇)'은 이렇게 계속되었다. 곤이 붕으로 변할 때 알 하나가 몰래 도망 나와 두류산 낙락장송에 숨어 일가를 이뤄 숨어살았다.
두류산은 지리산의 별칭이다. 오직 눈 밝은 시인만이 천 년에 한 번 그 소나무를 찾을 수 있는데, 그때 시인이 채찍을 내리치면 소나무 껍질처럼 숨어있던 물고기들이 쏟아진다. 그 물고기를 회를 쳐 한 상 차렸으니 건배를 외치는데, 우리를 대취시킨 안주는 다름 아닌 철갑상어였다.
지리산서 철갑을 두른 소나무에 숨어있는 놈을 찾아낸 철갑상어라는 것이다. 철갑상어가 양식된다고 한다. 캐비아를 위한 철갑상어가 아닌 횟감용 철갑상어다. 철갑상어라 해서 먼 이국 카스피해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에도 등장한다. 아무래도 철갑상어와 친해져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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