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휘발유의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이 100일 연속 올랐다.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17일까지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ℓ당 1,708.86원에서 1,825.26원으로 116.40원(6.81%)이나 오른 것으로 하루 평균 1ℓ에 1.16원에 달한다.
이 기간 가격 상승 그래프가 가장 가팔랐던 기간은 지난해 12월6일(ℓ당 1,732.90원)에서 12월11일(1,757.44원)로 닷새 만에 100일 평균의 4배 이상인 ℓ당 24.54원이 뛰었다.
보통 휘발유의 평균 가격이 ℓ당 2,000원에 육박했던 2008년엔 지금보다 가격대는 높았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연속으로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다. 당시 같은 기간 경유와 실내등유의 가격 상승률은 각각 8.5%, 12.0%로 휘발유보다 높았다.
우선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랫동안 상승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 시장 가격과 국제 원유가 상승이 꼽힌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지난해 9월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을 비롯해 유럽, 일본까지 주요국이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시장에 풀린 돈이 석유 시장으로 몰렸다"며"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이 탄탄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석유 수요도 상당 규모로 늘어난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등 북반구 곳곳에서 이상 한파까지 겹치면서 난방유 수요가 급증했다. 이 박사는 "이 같은 상승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꾸준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북해 유전 생산 감소, 미 멕시코만과 러시아 신규 유전 생산 감소 등 영향으로 생산량 역시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원유 가격 상승 폭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것도 눈에 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장은 "지난해 말 예상으로 올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 당 80~85달러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예상보다 10달러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게다가 통상 원유 가격의 상승, 하락 폭 보다 휘발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의 상승, 하락 폭이 훨씬 크다는 점도 최근 휘발유 가격의 꾸준한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오래 갈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실제 올 들어 보통 휘발유의 가격은 17일까지 ℓ당 11.16원(일 평균 0.66원) 올라 상승폭이 지난달에 비해 완만해지는 추세다.
이 박사는"현재 가격 상승은 구조적, 근본적 원인보다는 겨울철의 일시적 성격이 강하다"며 "국제 투기 세력들이 차익을 얻고 나서 국제 석유 시장에서 빠져나간다면 상승세는 한 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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