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각해져 재정 파탄을 피하려면 직장인 건보료가 현행 월 8만원(평균)에서 10년 후엔 19만원, 20년 후엔 36만원은 돼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 발표된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32억원이던 적자가 지난해 1조3,000억원에 이르렀으며, 이런 추세로 가면 2020년엔 16조원, 2030년엔 48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건보공단은 지난해 의사단체와 진료비 총액으로 계약을 맺어 그 범위 안에서 의료비와 약제비를 지불하는 '총액계약제'까지 들고나왔다.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욕구가 늘어나고 노인의료비가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건보재정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틀리지 않는다. 더구나 현재 입원환자의 건보보장률이 평균 60% 수준인데 민주당 등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의료(보장률 90% 이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진다면 적자폭은 더욱 커지고 파산 시기는 훨씬 앞당겨진다는 전망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적 재정 운영을 위해 포괄수가제(DRG) 확대, 약제비 절감,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건보재정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01년까지 2조6,000억원의 누적적자로 재정파탄 위기를 맞았으나 보험료 인상, 세금 충당, 진료수가 인하를 통해 2003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2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의 심각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현재 누적수지가 1조원에 이르고 있다. 장기적으로 건보재정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모른 체하며 복지논쟁을 벌일 수는 없다. 개선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면서 재정 운영에 소홀한 점을 불식해야 한다. 건보재정 문제는 발 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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