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첫째는 중국의 농구스타 야오밍이 개막식에서 쓰촨 대지진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9살 꼬마 린 하오의 손을 잡고 입장했을 때와 110m 허들 스타 류샹이 준결승에서 다리 부상으로 기권했을 때다. 류샹과 그의 코치 순하이핑이 기권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데' 라며 울먹거릴 때 내 마음도 함께 아팠다."
미ㆍ중관계위원회 스티븐 올린스 위원장의 말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자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미중간의 스포츠 외교사를 짚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농구외교가 힘겨루기 양상을 띄고 있는 양국관계에 좋은 윤활유를 제공할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올린스 위원장의 이 같은 말을 인용, 보도했다.
올린스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스포츠 리더십 포럼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의 굴기(屈起)를 두려워한다고 믿고 있지만 나는 이 두 장면이 수천 마디의 화려한 외교적 수사보다 훨씬 감동적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가 양국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이는 정치무대로 이어져 보다 더 강력한 신뢰를 심어준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특히 스포츠로부터 미중 관계가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1971년 4월10~17일까지 미국탁구대표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을 첫 손가락에 꼽으며 이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한 이래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녹이는 첫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탁구에 이어 농구도 태평양을 건넜다. 미 프로농구(NBA) 워싱턴 위저즈의 전신인 워싱턴 불렛이 덩샤오핑의 초청으로 중국 땅에 발을 들여 놓은 것. 이후 양국간의 교환경기가 봇물처럼 이어졌고 NBA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때 양국 최정예멤버가 총출동한 농구경기를 예로 들며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은 이 경기에서 중국을 101-70으로 꺾었다.
당시 중국은 NBA에서 활약하는 야오밍과 이지엔리엔 등을 스타팅 멤버로 내세웠고 미국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 등으로 맞섰다.
중국농구협회 리위엔웨이 (CBA)회장은 "TV로 경기를 지켜본 중국인이 1억8,600만명에 달했고 전세계적으론 무려 10억명이 시청했다"며 "단순한 농구경기를 뛰어넘어 오늘날 중미관계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그는 특히 "1971년 이른바 핑퐁외교 이전엔 미국과 중국인들은 양국의 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가 됐다"며 "두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고 말했다.
NBA는 1987년 중국 CCTV를 통해 전파를 탄 이래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꼽힌다. 2008~09년 시즌 NBA를 지켜본 중국인들이 1억6,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은 NBA 최다 시장으로 성장했다.
2002년 NBA로 이적한 야오밍은 7년 연속(2003~2009년)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미국에서 중국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다. 그의 유머와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는 미국인들이 중국을 접하는 첫 인상이기도 하다.
야오밍은 "양국간의 가교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양국국민들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지난해 이 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야오밍의 영향력은 너무 나 커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그의 말을 인용할 정도다. 지난해 3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회 중ㆍ미 전략경제대화에서 오바마대통령은 "농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야오밍의 말 한마디 한마디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며 "새로운 멤버도 좋고 오래된 멤버도 좋고 다만 서로 맞춰나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야오밍의 말을 인용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