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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 비상/ 기업들 값 싼 산업용 전기에 안주… 에너지 절약 무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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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 비상/ 기업들 값 싼 산업용 전기에 안주… 에너지 절약 무신경

입력
2011.01.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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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산업단지의 정전 사태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반용에 비해 턱 없이 싼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려,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더군다나 이는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전기 요금을 거둬 대기업을 지원하는 꼴이어서 공정성의 관점에서 봐도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8일 한전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전기 요금은 가정용이나 일반용 전기 요금에 비해 kwh 당 25원이나 싸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턱 없이 낮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3배에 가깝고, 영국이나 프랑스는 2배 가량이다. 사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원가에도 못 미친다. 산업용 전기 요금은 적정 원가의 96.5%밖에 안 된다. 일본의 글로벌 화학 회사인 도레이는 최근 우리나라에 탄소섬유 공장을 짓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 "한국은 일본보다 전기 요금이 절반에 불과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한전 관계자는"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산업용 요금이 원가보다도 싸다 보니 그 적자 부담은 상당하다"며 "서민들이 주로 쓰는 일반용, 가정용 전기를 원가 이상으로 판매한다 해도 적자 폭이 쉽게 줄어들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8년 한전의 전체 적자 2조9,000억원 중 산업용 전기 요금으로 생긴 것이 2조원이라는 게 한전 측의 계산이다.

이처럼 산업용 전기 요금이 낮은 것은 1970년대 수출 기업들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됐다. 공장을 돌리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 요금을 크게 낮춘 것. 그러나 이후 기업들은 '과실'만 따 먹는 데 익숙해져,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정유, 화학,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 모두 1초만 정전이 일어나거나 공급 전압이 불규칙해져도 제품의 품질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비책도 거의 전무하다.

정전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질 때도 전류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무정전시스템(UPS)을 설치하는 등 전력보호시스템도 미비하다. 한전은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지는 경우의 80% 이상이 낙뢰 등 자연 현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고 산업 현장에 UPS를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인 기업은 많지 않다. 실제 한전 전남본부와 경기본부가 파악한 대용량고객 70여 고객 중 100kW 이상 용량의 UPS 보유업체는 27%이며, 1,000kW 이상 보유업체는 6%에 불과하다. 이번 정전사태로 최소 3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의 경우도 전체 전력 사용 규모에 턱없이 모자란 110KW 용량의 UPS만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한전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업체들도 값 싼 산업용 전기 요금에 안주, 에너지를 과소비해왔다. 결국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이 전력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정치적 고려로 전기 요금이 오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산업용은 원가에도 못 미치며 에너지 과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요금 체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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