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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SNS의 힘, 소통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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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SNS의 힘, 소통과 공감

입력
2011.01.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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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가입 이후 생긴 변화 몇 가지. 사회 현안과 이슈에 대해 짧은 의견을 자주 표출한다. 기자라는 직업적 본능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엔 페북 친구들과 교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기자로서의 의견을 구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요청에 부응하려 하거나, 그들의 반응을 기대하게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러면서 재미가 생겼다. 페북 친구들 덕분에 현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과 시각도 갖게 됐다. 기자와 언론에 대한 충고와 격려도 받았다. 페북 친구들의 그런 '넛지'는 늘 나를 긴장시키고 있다.

잊고 있던 선후배, 친구, 지인들도 재회했다. 학교 졸업 후 소식을 끊은 채 지내던 이들은 이미 페북에 모여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전하고 "한번 보자"의기투합하면서 단조롭던 생활에 활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수다도 늘었다. 낯선 누군가에게 사생활을 드러낸다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허나 상대도 나도 일정 범위에서 서로를 드러내니 공평하다. 식사를 하다 '이 음식 맛있다'알리기도 하고, 출ㆍ퇴근길의 감상을 적어 날리기도 하고, 팔불출에 속한다는 자식 자랑에 거품을 물기도 한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거울에 비친 요즘 내 모습이 딱 그 꼴이다. 남우세스럽고, 이거 이래도 되나 싶은 때도 있다. 하지만 '페북질'을 해보니 페북에서는 그래도 된다. 왜? 페북이니까.

트위터도 사용하지만 '페북질'이 더 적성에 맞다. 페북은 폐쇄성과 개방성이라는 모순적 성격이 동시에 구현되는 공간이다. 트위터보다 느리지만 상대적으로 교류의 맛이 깊고 여운이 오래 간다. 트위터가 패스트푸드라면 페북은 슬로푸드에 가깝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빠져드는 걸까. 전문가들의 분석이 분분하지만 나는 신뢰와 동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고 싶다.

SNS의 공간은 인터넷처럼 '악플러'가 생존하기 어려운 곳이다. 있다 해도 오래 살지 못한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나 욕설만 내뱉다간 팔로워가 생길 수 없고, 친구 맺기를 요청받지도 못한다. 간간이 사기 행각이 일어나지만 일정 부분 자신의 프로필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대화의 신뢰가 높다. 더구나 SNS 공간에서는 현실의 수직적 관계조차 수평적 관계로 치환된다. 물론 권력화 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SNS 공간에 들어온 모두는 대등하다.

무엇보다 시민이 소통하고 공감하면 기분 좋은 변화, 올바른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믿음이 발아되고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SNS를 통해 독재 권력을 축출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튀니지 사례, 국내의 강압적 정치 상황을 외부에 알려 지도층에 경각심을 일깨운 이란 사례, 6ㆍ2 지방선거 당시 투표 인증샷으로 정치적 지형도를 뒤바꾼 국내 사례 등은 SNS만의 특징인 소통과 공감의 위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SNS는 소통하려는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신념이나 지향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의견을 나누며 공감을 이루어 가려는 사람들에게 SNS는 터잡아 볼 만한 공간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또는 그럴 의지가 없는 이들에게 SNS는 허상의 공간,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SNS는 예상보다 빨리 큰 실체로 성장하고 있다. 자꾸 배척하다간 난감해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세계가 전하는 소통의 즐거움, 공감의 위력을 누리고 느껴 보시기 바란다.

황상진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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