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정전사고가 터져 수십, 수백억 손해를 봐야하니…."
18일 오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 제 1공장. 전날 갑자기 발생한 정전사고로 완전히 멈춰 선 석유화학원료 펌핑장치를 살피던 한 직원은 "화학업체는 한번 정전되면 피해가 말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데, 지금껏 발생한 정전사고 중 원인이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언제까지 원인도 모른 채 산단 입주업체들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여수산단 입주업체들이 잦은 정전사고로 단단히 뿔이 났다. 2006년부터 2년에 한번 꼴로 대형 정전사고가 터지고 있지만 매번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17일 발생한 정전사고 원인을 놓고 한전과 일부 입주업체 간의 책임공방이 벌어지자 피해 업체들은 "이번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산단에 정전이 일어난 것은 17일 오후 4시8분께. 여수산단에 전기를 공급하는 여수화력발전소 스위치 야드 계통의 일부 설비 고장으로 용성변전소로 가는 송전선로의 전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면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GS칼텍스 1ㆍ2공장과 LG화성품공장, 삼남석유화학 등 26개 입주업체가 가동 중단 등의 피해를 입었다.
정전 재산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산단 관계자는 "석유화학공장의 경우 단 1초의 정전만 발생해도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다, 공장이 멈춰 서면 파이프 라인 내 화학물질이 굳거나 불완전 연소 등으로 제품화가 불가능하다"며 "특히 정상가동까지는 통상 사나흘 정도 복구기간이 소요돼 이 기간 관련업체 제품 공급도 중단돼 피해액은 수백억원을 넘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06년 4월과 2008년 5월 여수산단 정전사고 당시 입주업체 피해액이 각각 123억원과 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정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2006년 당시 한전은 한전 측의 설비에는 문제가 없고 일부 업체의 공장 내 송전선로 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일부 업체는 한전 측의 책임을 주장했었다.
이번 정전사고도 예외가 아니다. 한전 측은 "송전선로 감압현상 당시 한전 측 개폐장치는 차단 없이 공급돼 여수화력에서 용성변전소를 거쳐 전기를 공급받은 산단 입주업체들은 순간적인 정전만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여수화력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받는 GS칼텍스가 20분간 정전이 있었던 것은 구내 개폐기가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GS칼텍스 측은 "구내 개폐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선로 이상 문제를 GS칼텍스 내부 설비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또 다시 정전 원인을 두고 책임공방이 벌어지자 산단 입주업체들은 "이번에도 한전이 책임을 업체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며 정부 차원의 사고원인 규명과 정전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수=김영균기자 ykk22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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