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부가 내 놓은 에너지 대책은 이미 전력난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며, 이로 인한 정전 사고 및 산업계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안일한데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실내 온도 규제를 다음주인 24일부터 실시키로 한 것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산업계의 지적이다. 한 기업 임원은 "국가 주요 산업단지의 20여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인데, 다음주부터 실내 온도를 제한하겠다는 한가한 대책을 내 놓고 있는 게 고작 정부가 한 일"이라며 "산업계 피해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간업체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계도 기간 등이 필요하고 행정 절차를 밟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열기 사용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공정위ㆍ방통위와 협조, 업체들이 난방 효과를 과대 광고하는 것을 막겠다고 한 것도 직접적인 에너지 대책이라 보긴 미흡하다.
또 공공기관 조명등을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는 계획도 지지 부진한 상황에서 전통시장 백열전구를 LED로 교체하겠다고 한 것도 실효성을 의심하게 한다.
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3%에 불과한 타이어의 효율등급제를 실시키로 한 것도 과연 에너지 절약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특히 이날 지경부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옆 집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함께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업계의 급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아주 생뚱맞다. 디자인 기법을 활용, 경쟁을 유도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지만 당장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의 왜곡을 시정할 근본 대책 없이 고지서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에너지 소비가 줄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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