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서울시 중학교 무시험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교육계 '성역'으로 여겨져 온 '중고교 평준화'정책도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진영 교육감 사이의 대립 의제다.
서울ㆍ경기ㆍ강원ㆍ광주ㆍ전남ㆍ전북 등 6개 지역의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18일 처음으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교과부가 평준화로 인하여 사교육비가 증가하였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의 평준화 거부"라고 주장한 것. 경기ㆍ강원 교육청이 교과부에 각각 경기 광명ㆍ안산ㆍ의정부 3개시와 강원 춘천ㆍ원주ㆍ강릉 3개시에 대한 고교입시 평준화 방침을 승인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 이날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반려 의사를 밝힌 것을 놓고 교과부가 평준화 정책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비평준화 지역을 평준화하면 당장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평준화 대상 지역의 고교별 학력차가 분명한데 이를 완화하지 않고 갑자기 평준화를 시행할 경우 원하는 고교에 가지 못하게 된 우수 학생의 경우 특목고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교육비 증가 우려도 반려 이유지만, 경기ㆍ강원 교육청의 준비 부족이 더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2008년 평준화를 실시한 포항은 계획발표 후 3년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반면, 경기교육청은 계획수립 후 불과 2개월 만에 평준화를 신청했으며, 강원교육청은 아직 계획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평준화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적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경기ㆍ강원 교육청의 반발을 쉽게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이번에 평준화 추진 대상이 된 6개시 지역 여론은 찬ㆍ반으로 갈리고 있다. 경기교육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광명 78.3%, 안산 77.1%, 의정부 72.5%가 평준화에 찬성했다.
2012학년도부터 고교평준화 도입을 기정사실로 여기던 교육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춘천 퇴계동의 학부모 김선희(44)씨는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특기교육을 시키려고 했지만, 유보될 것으로 보여 명문고 입시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안산=강주형기자 cubie@hk.co.kr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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