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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발칙한 영화 충무로서 보고싶다

입력
2011.01.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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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개봉한 영국영화 ‘내 친구의 소원’은 두 소년의 가슴 아린 우정을 전하는 성장영화다. 급작스레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친구 로비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기의 사연이 99분 동안 스크린을 채운다. 도발적인 이야기를 차분한 어조로 전달하며 마음을 흔드는 영화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열 다섯 살 소년의 소원은 총각 딱지를 떼고 눈을 감는 것. 이제 막 젊음의 에너지가 용솟음치려는 나이라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참 철딱서니 없다. 지기의 반응도 가관이다. 고민하는 척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온갖 수모를 견뎌내며 로비와 관계해줄 여자를 물색한다. 결국 로비는 친구의 우정에 만족하며 세상을 뜬다. 충무로라면 영화사 자체에서 자기검열을 했을 만하고, 사회적 비판에 직면할 만도 한 내용이다. 영국에선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 합의가 있으니 개봉이 됐을 듯하다.

지난 13일 개봉한 ‘러브 & 드럭스’는 표현 수위에서 역겨움과 유쾌함 사이를 오간다. 형과 여자친구의 침실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남동생이 보면서 ‘홀로 즐기는’ 장면과, 형과 동생이 음란한 파티에 동행하는 모습에서 아마 적지 않은 관객들이 뜨악해 했을 듯하다. 여러모로 손가락질을 받을 만도 하지만 ‘러브 & 드럭스’는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 수준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발칙하면서도 경쾌하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로맨틱 코미디로선 드물게 참신한 재미를 던진다. 충무로 관계자들이 벤치마킹 할 만한 영화다.

최근 충무로도 대담하게 성을 묘사한 영화를 잇달아 선보였다. “변태들의 합창”이라는 부당한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페스티발’과, 섹시 코드를 절묘하게 활용해 나름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쩨쩨한 로맨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영화는 발칙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정작 영화 속 장면들은 그리 뜨겁지 않다. 감독들의 연출 의도가 달리 있었겠지만 성인 관객들의 눈높이에선 아쉬운 점이 많다. ‘페스티발’은 도발적인 내용들로 가득한데도 화끈한 노출 장면이 없다는 불만이 뒤따랐다. ‘쩨쩨한 로맨스’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성애 장면이 신선하기도 했으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치곤 지나치게 말랑말랑하다는 ‘소비자 불만’도 있었다. 두 영화 모두 내용에 비해 화면은 냉랭했다는 평가가 많다.

천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의 몸을 데우는 성인영화 제작은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한층 까다로워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판정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일 것이다. 그래도 관객들은 소망한다. 지나치게 끈적거리지 않으면서도 화끈하고 유쾌한 성인영화를.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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