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와 수가(酬價)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2015년 5조원, 2020년 16조원, 2025년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 담배세, 주류세, 패스트푸드세 등 건강위해행위에 목적세를 도입해 재정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건강보험 중ㆍ장기 재정전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32억원, 지난해 1조2,9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건강보험의 한해 적자 규모는 2015년 4조7,756억원으로 늘어난 뒤 2018년 10조7,057억원으로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됐다. 적자규모는 2020년 15조9,155억원, 2022년 20조4,186억원, 2025년 29조2,537억원, 2030년 47조7,248억원으로 팽창했다. 만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고령인구에 대한 진료 급여비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적자규모를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막으려고 하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건보 수가를 물가인상 수준에 맞춰 매년 2.5%씩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2011년 5.64%인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월소득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을 2030년에는 11.69%로 올려야 당기 수지 균형이 맞춰졌다. 수가를 3%씩 인상하면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을 2021년 8.67%, 2030년 12.41%까지 올려야 한다. 수가 3% 인상시 직장가입자가 월평균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2010년 8만원, 2020년 19만원, 2030년 36만원으로 늘어난다.
연구원은 "건보 적자를 국민 보험료 수입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술, 담배, 패스트푸드 섭취 등 건강에 해로운 행위를 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건강보험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목적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2002~2009년까지 법에 근거해 지원하기로 했던 국고보조금 4조2,000억원이 아직도 지급되지 않고 있는 점 등 국고보조의 안정성 문제도 지적했다.
아울러 직장가입자에게 딸린 피부양자라도 재산이 많은 사람은 보험료를 물리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 방안은 보건복지부가 올 상반기에 대상을 확정해 시행하기로 한 내용이다. 현재 건보료를 내지 않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가운데 공시가 10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사람은 5만명이 넘는다. 복지부는 "질병별 포괄수가제(DRG) 확대 등 지불제도 개편, 약제비 절감,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을 통한 재정안정 대책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보고서의 추계는 재정안정대책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서 제도개선을 통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