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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제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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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구제역 풍경

입력
2011.01.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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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병 50일이 넘으면서 농촌 지역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농한기를 맞아 마을마다 이런 저런 놀이가 성행하고, 마을 사이의 왕래도 잦을 시기에 대부분의 농민들이 집에 틀어 박히거나 마을 밖 출입을 하지 않는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가릴 것 없이 의정보고회나 사랑방 토론회 등이 활발했을 지역활동에도 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일단 모임 규모가 면 단위를 넘어가면 좀처럼 사람들을 모으기 어렵다. 10년, 20년 만이니 하는 강추위마저 더해져 인적 활동이 뚝 끊어졌다. 물가까지 치솟아 세밑의 푸근한 농촌 풍경이 더욱 아득하다.

■ 돼지 180여만 마리와 소 13만여 마리 등 200만 마리 가까이 살처분 대상으로 분류돼 대부분 죽어 땅에 묻혔지만, 일손이 달려 미처 살처분을 하지 못한 농가나 농장은 일손을 놓은 채 살처분 조치를 기다린다. 그나마 정부의 피해 보상 및 지원책이 어느 때보다 두터워 이런 흉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매몰된 가축은 시가대로 100% 보상이 이뤄지고, 축사가 텅 비어 일자리가 없어진 농장에는 실업수당을 닮은 보상도 행해진다. 나중에 가축 사육을 재개할 때도 장기저리로 사업 자금을 융자 받게 된다.

■ 그런데 농촌 전체에 위안이 되어야 할 정부 지원이 새로운 불만의 씨앗도 된다. 우선 농장 규모에 따라 위안의 질적 크기가 다르다. 소규모 농장주는 직접 가축을 돌보며 가축과의 정서적 교감을 키웠고, 그만큼 심적 고통이 크다. 마음의 고통을 쉬이 덜기도 어렵고, 다른 일을 찾기도 힘들다. 반면 일부 대규모 농장주는 말만 축산업자지, 냄새가 싫다고 집도 멀찌감치 시내에 두고, 일은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맡겨 왔다. 이들 가운데 목돈을 쥔 김에 축산업에서 손을 떼려고 이리저리 저울질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이들이 축산업을 버릴 경우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 당장 장기간의 휴업으로 일당을 받지 못해 생활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또 지난해 작황이 평년을 크게 밑돌아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비축산 농가의 불만도 크다. 과수나 야채, 곡물 흉작에 대해서도 지원하라는 요구가 곧 물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구제역 지역을 빠져 나오면서 차가 자동 분무 소독약을 잔뜩 뒤집어 썼다. 흐려진 앞 유리를 닦으려고 여러 차례 와이퍼를 돌렸지만, 흩뿌려진 세척제가 소독약과 함께 얼어붙어 한참 고생을 했다. 언젠가 현재의 구제역 사태가 끝나더라도 그것으로 모든 게 끝이 아님을 예고하듯.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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