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와 최문순의원실이 19일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한국 인디음악의 미래는 있는가_자생적인 음악 시장 만들기 위한 대안 찾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지난해 11월 6일 서른일곱 나이로 사망한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고 이진원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로 한국 음악 산업의 현실과 디지털음악 저작권의 분배 구조를 논하는 자리다. 소녀들의 몸짓에 열광하는 삼촌들의 팬덤에 가려 고사해 가는 음악의 대안적 활로 찾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온라인의 등장은 문화 상품이 생산 유통 소비되는 사이클 가운데 유통이란 고리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음악이란 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창작 과정의 고통과 소비하는 자의 심상은 아날로그 시대와 별반 다름없는데 유통 단계에서는 지난 세기에 상상할 수 없었던 탈태가 일어났다. 10년 전만 해도 레코드의 형태로 발매되는 정규 음반이 전체 발매 음반의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주로 디지털 음원으로 소비되는 싱글음반의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문제는 디지털 음원의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가 유통 루트인 거대 이동통신 업체와 포털사이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의 음원 징수 규정에 따르면 음원 한 곡 매출액 중 음악 생산자(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 실연권자)에 돌아가는 몫은 40% 정도다. 곡당 일반적 다운로드 가격인 600원 중 240원 가량을 작사ㆍ작곡가, 음반 업체, 뮤지션이 나눠 갖는 셈.
하지만 이는 그나마 제값을 받았을 경우의 일이고 200곡 정액제, 1개월 무제한 정액제 등 휴대폰 가입자 사이에 일반화한 요금제가 적용될 경우 분배 액수가 뚝뚝 떨어진다.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내 노래가 누구에게 얼마나, 얼마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시스템이다. 아이돌그룹과 달리 음악 외엔 먹고 살 길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바깥에 있는 인디 음악인들에게 이런 유통 구조는 절망적 여건이다.
“한 해 1,000만원만 벌 수 있으면 계속 음악을 하겠다”던 이진원은 생전 이런 불합리한 배분 구조에 직설적 불만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망한 후 한 포털사이트가 돈 대신 일종의 사이버머니를 음원료로 지급했다는 소문이 돈 것도 그런 까닭이다. 토론회 발제자인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디지털 음원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정당한 값을 치르고 음원을 사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인디 음악인들이 개인 교습과 행사,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생계를 이을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온라인 시대에 음악적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된다. 대표발제자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디지털 음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순환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인디문화생협을 제안한다. 그는 1,500여 농촌 가구와 5만여 서울 시민의 공동체인 한살림운동의 사례를 들며 문화 운동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교수는 “인디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적 생협운동은 클럽이라는 공간과 음반(음원)이라는 콘텐츠, 공연이라는 퍼포먼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듣고, 이 음악에서 파생된 문화담론을 생산하는 유대 관계는 대안 시장으로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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