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보관하던 그림 한 점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라진 그림은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현대미술관 측에 요청해 보관해 온 유 총재 소장품인 것으로 알려져 적법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유 총재가 현대미술관에 보관해 오던 그림 한 점이 사라졌다고 신고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 그림은 유 총재가 1988년 벨기에의 화상으로부터 구입한 네덜란드 화가 알버트 쉔크의 유화로 유 총재는 외무부 장관 시절 공관에 작품을 걸어 두다가 98년 3월 장관을 물러날 최만린 당시 현대미술관장에게 보수를 부탁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작품 처리 결과를 확인한 유 총재는 “작품이 커서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당분간만 맡아 달라”고 했고 미술관이 보관해 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유 총재는 2000년 현대미술관에 그림이 보관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조용히 작품 소재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 총재는 “도난 신고가 없을 경우에 작품을 시중에서 찾더라도 소유를 회복할 수 없다는 법률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미술관 측은 “당시 보존과학담당관인 K씨가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존처리한 사실은 여러 정황으로 봐서 확인이 됐지만 98년 K씨 퇴임 후 작품관리ㆍ인수인계서의 소장품 목록에는 문제의 작품이 기록된 바가 없다”며 “당시 관계자들이 모두 퇴직한 상태이며 남아 있는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 주요 화랑에 수사협조공문을 발송하고 작품 소재 추적에 나섰지만 여전히 작품의 행방은 묘연하다. 현대미술관 관계자는 “개인적 의뢰를 통해 작품을 보존 처리한 것은 명백한 내규 위반이다”고 설명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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