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이모(61)씨는 17일 저축은행 2곳에 분산 예치시켰던 2억5,000만원의 만기가 돌아오자 이중 일부를 시중은행 예ㆍ적금 상품에 넣었다. 2억원은 4,000만원씩 쪼개 저축은행 5곳에 나눠 넣고, 나머지 5,000만원은 시중은행 상품으로 갈아탄 것. 이씨는 “지인이 삼화저축은행에 넣었다가 영업정지로 당장 인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불안한 마음에 예금의 일부는 시중은행에 넣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29)씨는 서울 강남구의 모 저축은행에 넣어두었던 적금만기가 돌아오자 고민에 빠졌다. 연 5.5%의 적금상품으로 3년간 목돈 2,000만원을 만들었지만 다시 저축은행 예금으로 넣어둘지를 놓고 결정을 하지 못한 것. 최씨는 “당장 금리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나 높은데 안정성측면이 걱정돼 고민이다”고 말했다.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 이후 일부 저축은행 거래 고객들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 저축은행이‘제2의 삼화저축은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에 돈을 예금자보호가 되는 5,000만원 미만으로 분산 예치하거나, 일부는 보다 안전한 시중은행으로 갈아타기를 고려하고 있는 것.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등은 대부분 저축은행은 정상 거래를 해도 문제가 없다며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특히 섣불리 예금인출을 할 경우 불필요한 이자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예금인출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삼화 후폭풍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 거래 고객들의 인출금액이 평소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삼화저축은행 사태 이후 첫 영업일인 17일 일부 저축은행에서만 하루에 인출된 금액이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형 우량 저축은행들도 이날 평소보다 10~15%정도 많은 금액이 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삼화저축은행 사태 이후 불안감을 느낀 일부 고객들이 인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인출의 대부분은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상의 고액예금자가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5,000만원 미만으로 분산 예치하기 위해 급히 인출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 뿐 아니라 우량 저축은행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업계의 우려를 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저축은행 총예금 잔액의 9.1%인 6조9000억원. 만약 이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저축은행업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 사태에 설 연휴 자금 수요까지 겹쳐 인출금액이 늘어난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불안심리가 확산될 경우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심리 차단나선 금융당국
일부 고객들이 저축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할 움직임이 일자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는 불안심리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현재 삼화저축은행 외에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을 저축은행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 저축은행에 부실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예금을 지급 못할 정도로 어려운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것. 실제 현재 저축은행 105개 중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곳은 삼화를 포함해 3곳 뿐이며,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2개 저축은행도 적어도 1년간은 정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은 61개 저축은행에 대한 지나친 억측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부동산 프로젝트(PF)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저축은행은 우량, 부실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MOU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MOU 체결은행=부실 저축은행'이라는 공식은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도 “멀쩡한 곳에서 이자손실까지 감수하며 예금을 빼내는 것은 손실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동요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관련해 가족 명의로 분산된 예금도 예금 명의자별로 5,000만원 한도에서 보호된다고 밝혔다. 단 금융실명제법에 따른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돼 있는 가족 예금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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