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골칫거리였던 전력대란 사태가 겨울철에 찾아왔다. 이상 한파가 연일 계속돼 가정과 사무실의 난방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 7월 6,989만㎾였던 최대 전력수요는 10일 7,184만㎾를 기록한 데 이어 어제 다시 7,314만㎾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재 전력 예비율은 적정 수준인 10%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대규모 정전사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기난방 자제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공공기관의 난방기 사용을 하루 2시간씩 중단하라는 긴급 지침까지 시달했다.
겨울철 전력대란은 한파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름과 겨울철 전력 수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봐야 한다. 물가 불안을 이유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 체계를 고집하는 바람에 에너지 가격 구조가 왜곡된 영향이 크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등유 가격이 98% 오른 반면, 전기요금 상승은 12%에 그쳤다. 이 때문에 난방을 석유나 가스 대신 전기에 의존하는 행태가 확산되면서 전력 수급 불안을 가져온 것이다.
전력 수요 예측도 빗나갔다. 정부는 2002년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 최대 전력 수요를 6,062만㎾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최대 사용량은 7,131만㎾로 17.6%나 많았다. 문제는 발전설비를 확충해 전력 공급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14년이 돼야 겨울철 전력대란이 풀릴 것이라는 점이다. 2013년까지는 가정과 기업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올 겨울 전기난방 수요는 전체 전력의 24%나 된다. 당장 전기온풍기 전기히터 등 전기소모가 많은 난방기구 사용부터 줄여야 한다. 공공기관 외에 은행 백화점 대형할인점 등도 실내온도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7배나 되는 현실은 에너지 과소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전기요금도 현실화해야 한다. 원가도 안 되는 전기요금 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겨울철 전력대란은 연례 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