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과의 공동 서면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여러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요지는 양자관계를 비롯,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 주석은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통의 기반" "상호이익" "실제적 협력" "상호신뢰" 등 다양한 표현을 동원했다. 또 "실질 협력을 위해선 냉전시대의 '제로섬'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테러 ▦핵확산 ▦청정에너지 ▦인프라 개발 등 협력 가능한 분야도 일일이 열거했다.
그러나 핵심은 "각자 선택한 발전의 길을 존중하라"는 것이었다. 내정간섭을 하면 동등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이며 여기엔 인권 등에 대한 중국식 가치를 비난하지 말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이는'주요2개국(G2)으로서 미국과 협력하겠지만, 핵심 국익에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분명히 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내정에 대한 미국의 비판을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후 주석의 '마이웨이' 발언은 중국식 정치체제를 언급할 때 여실히 드러났다. 후 주석은 중국을 "사회주의이자 민주주의"라고 규정한 뒤 "국민의 정치참여요구를 수용해야 하지만, 이는 경제ㆍ사회적 발전과 조건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정치개혁에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 하고, 공산당 지배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 주석이 특히 주권과 영토, 발전이익 등에 대한 상호존중을 거론한 것도 눈에 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 라이벌인지, 협력적 파트너인지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 주석의 '중국 존중' 발언은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후 주석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해 신흥 경제국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으며 금융위기를 극복할 재원과 수단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인 시스템이 "과거의 산물"이라고 한 발언과 함께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예상되는 여러 협력과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 중국이 미국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상징적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양국 간 근본적 시각차가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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