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처갓집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의원들의 질의가 최 후보자 본인보다는 주로 장인, 장모, 부인의 땅 투기 의혹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 부인과 장인이 공동 매입한 대전 밭 등을 두고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도 모르는 사이에 처갓집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엄호했다.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이 빨치산이라고 난리였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고 했다"며 "장모가 투기했으면 '장모가 해서 잘 모른다'고 솔직히 얘기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처갓집 공략이 이어지자 처음엔 "돌아가신 장모님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다"며 주저하던 최 후보자도 "제가 살기 위해 장모님을 투기꾼으로 몰고 싶지 않다"며 맞섰다.
최 후보자의 별명인 '최틀러'를 두고도 여당 의원들은 "원칙과 소신의 반영"이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독선적 환란 주역인 '마이너스의 손'에게 주어진 별명"이라고 비난했다.
관료 출신인 최 후보자는 3선 의원인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와 달리 청문회 초반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후에 들어선 "의원님 제 말이 틀립니까" "청와대에서 다 스크린을 했다"며 목청을 높였다. 때문에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인 최 후보자를 두고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관료들이 갖는 뻣뻣함은 후보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 역시 "마치 후보자가 위원을 청문하는 것 같다. 왜 최틀러라는 별명이 나왔는지 알겠다"는 핀잔을 줬다. 김 위원장은 최 후보자의 의혹을 직접 따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 후보자를 '공직후보자', '증인'으로 번갈아 호명하는 바람에 여당으로부터 "마음에 안 든다고 회의를 중립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고 유감을 표명한 뒤 정정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이던 최 후보자와의 '인연'을 고려한 듯 도덕성 문제보다는 정책 질의에 포커스를 맞췄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최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낙마와 관련, "국회 다수당이 부적격하다고 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유감 표명을 했다"며 "정부가 우월적 위치를 갖는 것처럼 인식하고 국회를 안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로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어떠냐"는 정태근 의원의 질의에 "투기는 아니지만 숙고해 보겠다"고 답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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