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이 세계 최고(最古ㆍ1377년)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ㆍ일명 직지) 상권과 이보다 50년 정도 앞선 금속활자본 불경(佛經)이 실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광범위하게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관은 직지 상권 2권과 불경을 도굴했다고 주장한 국내 문화재 도굴 1인자 서상복(50ㆍ수감 중)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유통경로와 서씨의 주변 인물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정보력과 수사력을 가진 국가기관이 '직지 찾기 프로젝트'를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지 상권이 국내에 존재하고 있을 개연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내가 직지를 훔쳤다"
서씨는 2007년 기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1998~2000년 직지 상권 2권을 서울 봉원사와 경북 안동 광흥사에서, 직지보다 50년 앞선 불경은 경주 기림사에서 도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세상에 알려진 직지는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하권이다. 이 직지 하권은 1972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된 문화재다.
서씨가 훔쳤다고 주장하는 직지 상권 2권과 불경은 모두 복장유물(腹藏遺物ㆍ불상을 만들 때 불상 안에 넣는 불경 등 문화재)이다. 해당 불상을 소장했던 봉원사 등은 서씨가 물건을 훔쳤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큰 도둑이 들었다"고 밝혀 서씨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문화재계에서도 하권이 있다면 당연히 상권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적지 않다. 강신태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당시 직지를 인쇄했다면 한 번이 아니라 100번 이상 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직지나 불경이 존재한다면 값어치는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서씨는 훔친 물건이 직지가 맞는지에 대해 "금속활자본인지, 간기(刊記)가 언제인지 수차례 확인했고 다른 전문가들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불경의 경우 발행 연대를 알리는 '간기'가 적혀 있어 직지보다 50년 앞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럼 직지는 어디에
검찰은 2008년 4월부터 여러 차례 수감 중인 서씨를 대검찰청 청사로 데려와 은밀히 직지와 불경의 행방을 집중적으로 캐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서씨에게 "1년 전부터 내사를 진행했다"고 말한 것에 비춰 볼 때, 이미 상당한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서씨의 진술을 토대로 직지와 불경이 건너 갔을 만한 불법유통 경로를 몇 가지로 좁힌 상황이며, 이 과정에 관여한 중간책과 최종 종착지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자료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직원도 2007년 말~2008년 초 수감 중인 서씨를 수 차례 찾아와 직지와 불경의 행방에 대해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서씨가 교도소 내에 보관 중인 자료 제공과 직지의 최종 향방에 대한 서씨의 결정적 진술을 간곡히 요청했다고 한다.
국가기관의 줄기찬 소환조사와 도움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씨는 "직지 한 권은 중국에, 나머지 한 권은 국내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누가 직지와 불경을 소장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을 흐리고 있다. 수감 중인 신분이라 수사에 협조하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국정원은 서씨가 아직 밝히지 않은 핵심 정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4월 출소를 앞둔 서씨에게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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