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 매제, 사위, 처남, 사촌, 운전기사, 바지사장, 동업자, 건설사 직원, 전 경찰서장, 공공기관 관계자…. "함바집 비리사건의 등장 인물이 삼국지 수준일 것"이라는 항간의 말처럼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와 관련된 인사는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유씨와 다양한 이유로 얽혀 최근 10일간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주요 인물들을 분석했다.
9일 유씨의 부인 김모(41)씨와 김씨의 남동생(유씨의 처남)이 나란히 검찰을 다녀갔다. 김씨는 유씨의 두 번째 부인으로 10년 가까이 동거하며 운영권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남도 유씨의 권유로 함바집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휴일을 보낸 뒤인 11일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고인ㆍ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왔다. 우선 서울 전농지구의 재건축조합장 김모씨가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유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운영권을 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이튿날엔 유씨의 변호사 사위 오모씨, 바지 사장단 중 뒤늦게 합류한 선교사 출신의 박모씨, SH공사 고위 간부를 지낸 이모씨도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범죄 혐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일을 거들며 함바집을 운영한 유씨의 사촌 최모씨는 11일에 이어 13일 두 번째 검찰조사를 받았으며, 유씨가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K건설사 직원도 지검청사로 들어갔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13일) 이후 특정 인물에 대한 조사 빈도가 높아져 검찰의 수사방향 변화도 감지된다. 유씨의 매제 김모(58)씨는 11일에 이어 14~16일 사흘 연속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유씨가 거느린 바지 사장단 중 수석 바지에 해당하는 인물. 유씨를 대신해 함바집 운영업자들과 계약서를 쓴 인물로 유씨의 로비행각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이어서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 수사에 주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유씨의 오른팔 노릇을 하긴 했지만 언제부턴가 계약서를 쓰고 받은 돈을 착복, 유씨와 거리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17일부터는 이전엔 볼 수 없던 전모(47)씨도 이틀 연속 지검에 등장했다. 전씨는 유씨의 BMW 차량 운전기사로 수행비서에 해당하는 인물. 유씨의 현금 인출 심부름을 가장 많이 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유씨의 은밀한 대화를 들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진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도 18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배 전 팀장은 유씨로부터 함바집 운영이나 수주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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