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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전달은 직접… 청탁은 메모로

입력
2011.01.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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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집 브로커 유씨의 은밀한 로비 수법결정적 순간 측근에 "나가 있어라"… 물증 확보 난항

말은 쏟아지는데 증거가 없다. 함바집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의 물증 확보 여부가 이번 사건 최대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결정적 순간의 목격자 확보 곤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가 000에게 돈을 줬다"는 식의 진술은 유씨 본인을 비롯해 많은 피의자, 참고인들로부터 받아놓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진술을 한 유씨의 측근 등은 한결같이 "돈을 주는 순간에 나는 현장에 없었다"거나 "한 다리 건너 들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로비라는 속성상 돈 수수 과정에서 목격자의 구증이 없을 경우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영장이 기각된 강희락 전 청장의 경우도 그렇다. 유씨의 측근인 A씨는 2009년 4월 유씨와 함께 현금 1,000만원이 든 서류 봉투를 검정색 가방에 담아 경찰청장 집무실로 찾아가 전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돈을 전달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유씨가 '먼저 나가 있으라'고 했다"며 "들어갈 때 불룩하던 가방이 20분 후 유씨가 들고 나올 땐 홀쭉해진 걸로 봐서 강 전 청장에게 돈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유씨와 함바집 브로커 사업과 운영도 직접 했다는 C씨가 검찰에서 했다는 진술도 마찬가지다. C씨는 "2006년 추석 전 어느 날 유씨로부터 당시 정부 고위공무원인 B씨에게 줄 돈이니 현금 5,000만원을 마련해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돈을 찾아 약속한 밤시간에 서울 석촌호수 공원으로 나갔는데 유씨가 '여기 잠시만 있으라'며 돈이 든 백을 갖고 갔더니 2분 정도가 지나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진술했다. C씨는 그러나 "B씨의 이름을 여러 번 들어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만, 거리가 꽤 멀었던 데다 밤이라 유씨가 돈을 준 사람이 진짜 B씨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이 결정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유씨의 청탁이 대부분 메모로 이뤄졌다는 측근의 증언도 검찰을 곤란하게 하는 대목이다. 구체적 혐의 적용을 위해서는 현금 전달 과정과 함께 그 대가로 청탁한 내용이 확인돼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A씨는 "말이 어눌하고 내성적인 유씨의 성격상 그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로비 대상자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 가벼운 이야기만 나눌 뿐 '누구를 만나게 해 달라' 혹은 '함바집 운영권을 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하지 않았다"며 "미리 준비한 쪽지만 강 전 청장에게 건넸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 후 '내가 청장한테 이야기해 뒀다'는 식으로 말할 뿐 실제로 강 전 청장에게 청탁이 들어갔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법원이 경찰 인사 청탁, 함바집 운영 편의 등을 봐주는 대가로 유씨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을 때 '충분한 소명'은 곧 검찰이 제시해야 할 확실한 물증인 것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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