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쏠림 현상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추진됐던 대형병원 약값 인상 방안에 대해 반발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중증환자에게는 약값 인상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건강보험정책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전체회의에 복지부 대표로 참여하는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추진하기로 한 대형병원 약값인상 방안에 대해 "경증ㆍ중증 환자를 가리지 않고 대형병원 약값을 올리기로 했다는 보도(건정심 소위원회 협의결과)는 100% 오보가 될 것"이라고 16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소위원회 논의 내용은 의견이 엇갈려서 특정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고 보기 힘든데 확대 해석됐다"고 전하고, "전체회의에서 최종 정책방안을 결정할 때 복지부가 중증환자의 추가 부담은 없도록 최대한 이해 관계자들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 열리는 건정심 전체회의에는 가입자, 공급자, 공익대표 등 각 기관과 이익단체를 대표하는 24명의 위원이 참여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방지대책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공급자측에서는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협회 등의 대표가 참여하며, 가입자측에서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소비자단체, 자영업자단체 등이 참여한다. 공익대표로는 기획재정부, 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험공단 등이 참여한다.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중증환자 부담증가를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이상, 경증 환자에 대해서만 대형병원 약값을 올리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5가지 방안이 올라와 있는데, 약값 차등화에 대한 갖가지 기준들이 포함돼 있다"며 "아직 어떤 방안이 채택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누구도 중증환자 약값 인상 방안을 추진하자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정심 전체회의는 합의제이지만, 의견이 끝내 엇갈릴 경우 무기명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되기도 한다.
앞서 11일 열린 제도개선소위에서는 현재 상급종합병원(44개 대형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을 찾는 외래 환자에게 30%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약값의 본인부담률을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60%로 두 배 올리는 것을 비롯해 종합병원(50%)과 병원(40%)도 올리고, 의원급만 종전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 방안을 전체회의로 넘겼다. 복지부는 "소위는 각 분야 대표 9명만 참여하며 의결기능이 없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 방안이 알려지자 복지부가 이익단체의 편만 든다는 비난이 급속히 확산됐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홈페이지 등에는 "대학병원 가고 싶어가는 것 아닙니다, 갈수 밖에 없어서 가는 겁니다. 돈 없는 서민 아파도 그냥 죽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등의 시민 성토가 이어졌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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