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님과 신데렐라, 알고 보니 운명적일 수 밖에 없었던 둘의 사랑, 동화 같은 마법.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은 그야말로 비현실로 가득 했다.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서로 바뀌는 3류 코미디 같은 설정과 묘사에 이르러서는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이런 드라마가 시청자를 울고 웃기며 시청률 30%가 넘는 인기를 누리고 어제 막을 내렸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은 물론 의상과 노래, 소품 하나하나까지 화제였다. 작가의 전작에서 유추한 결말이 떠돌고, 막판 스포일러 논란까지 터지자 제작진에'함구령'까지 내리기도 했다. 시크릿>
■ <시크릿 가든> 은 아주 상투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드라마였다. 인물과 이야기, 구성이 그랬다. 마냥 멜로로 가면 무거워서 시청자들도 부담스러워 하니까 웃음을 집어넣은 것도, 판타지를 주기 위해 동화 같은 설정을 한 것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크릿 가든> 은 우리가'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낡고 몰개성적인 일반성으로 포장하면 그것이'상투'가 되지만, 내부에 개성적이고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담아 표현하면 '원형'이 된다. 시크릿> 시크릿>
■ 김주원(현빈)은 분명 고전적인 '백마 탄 왕자'와는 달랐다. 그는 착하기만 한 순정파, 누구에게나 친절한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척'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노골적으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까도남(까칠한 도시남자)이었다. 요즘 여성들은 모두에게 친절하기 보다는'나'만 사랑해주는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 김주원은 이런 변화한 여성들의 왕자상을 반영하면서, 그들이 받고 싶어하는 멋지고 감동적인 사랑의 모습을 길라임(하지원)을 통해 선물했다.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에 불과하지만 시청자들은 순간 행복했다.
■ <시크릿 가든> 에서 왕자와 신데렐라의 사랑은 운명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첫눈에'는 아니었다. 둘의 사랑에 따른 시련 역시 이런 드라마에 상투적 장애물로 등장하는 부모가 아닌, 가난한 스턴트 우먼의 삶과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재벌 3세 자신에게 있었다. 어쩌면 영혼 바꾸기도 바로 그 머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이뤄주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것의 반복을 통해 김주원은 길라임을, 길라임은 김주원을 알고, 확인했다. 둘의 사랑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다. 모든 인간관계나 소통도 마찬가지다. 서로 한번씩 상대방이 되어보는 것이다. 시크릿>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