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썰렁하다. 코스피지수가 2,000, 2,100선을 차례로 찍으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식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여의도 소비심리는 냉랭하기만 하다. 한 유흥업소 주인 오모씨는 "예전엔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 경기부터 살아났다. 2007년 주가가 2,000을 돌파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그런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실종됐다. 주가와 시가총액이 연일 새로운 기록을 다시 쓰고 있지만, 소비는 요지부동이다. 작년 한해 지수는 21%나 올랐고 시가총액은 무려 265조원이나 늘어나 이쯤 되면 소비에 활력을 넣고도 남을 만한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붙은 증시는 민간소비심리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피 2,000시대를 다시 열었던 지난 12월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 대비 오히려 1포인트 하락했으며, 소비지출전망CSI 역시 1포인트 내린 것으로 나타나 증시활황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주가상승→소비심리호전→체감경기개선의 공식이 깨질 수 밖에 없는 3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주가상승 자체가 철저히 '그들만의 잔치'라는 점. 지난해 이후 증시가 외국인 장세로만 전개되다 보니 돈을 번 곳도 외국인뿐이고, 주가가 오른 것도 외국인 및 기관들이 보유한 대형주가 대부분이어서, 개인들의 소비심리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부동산 경기부진. 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산은 주식과 부동산인데, 증시호황에 따른 심리회복을 부동산경기가 그대로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우리나라 개인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주식자산만의 나홀로 상승은 소비활성화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가와 전셋값 등도 소비심리해빙의 걸림돌이다. 치솟는 물가, 폭등하는 전셋값, 여기에 세계경기 불확실성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올랐다고 지갑을 열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당장 증시는 호황이지만 경기나 물가 등 불확실성이 워낙 많아 향후에도 계속 자산가치가 상승할 지 확신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소비증가를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 富의 효과
일명 자산효과.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가격이 오르면 소비도 함께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당장 현금을 손에 쥐지는 않았더라도 미래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되고 결국 전체 경기가 좋아지게 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