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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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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형제

입력
2011.01.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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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초등학교 1,2학년 애들이려나

광주시 연제동 연꽃마을 목욕탕-

키가 큰 여덟 살쯤의 형이란 녀석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여섯 살쯤 아우를

때밀이용 베드 위에 벌러덩 눕혀 놓고서

엉덩이, 어깨, 발바닥, 배, 사타구니 구석까지

손을 넣어 마치 그의 어미처럼 닦아주고 있었다

불알 두 쪽도 예쁘게 반짝반짝 닦아주는 것이었다

그게 보기에도 영 좋아 오래도록 바라보던 나는

“형제여! 늙어 죽는 날까지 서로 그렇게 살아라!”

중얼거려주다가 갑자기 눈물 방울을 떨구고 말았다.

● 크크 흐흐 크윽- 목욕탕에 울리는 어린 웃음소리 들려올 듯합니다. 사람들은 일요일이면 영혼을 씻으러 교회 또는 절로 가거나, 육체를 씻으러 목욕탕으로 간다고 한, 후배의 말이 떠오네요.

연꽃마을 목욕탕에 피어난 동심에 샤워를 하셨군요. 온천수, 해수보다 윗길이 따듯한 심수(心水)구나, 하고 한 수 배웁니다. 불알 두 쪽도 반짝반짝 예쁘게 닦아주는 핏줄. 이 무선 줄의 알 수 없는 깊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마지막 연 눈물 방울의 의미를, 동심의 상실, 개인사적 현실, 남북 분단 문제 등으로 규정 지우면 시가 위축되겠죠. 그냥 연꽃마을 목욕탕에서, 사람이 사람을 바라다보며 흘린 한 인간의 눈물이라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튼 눈물 방울 떨구며 마음까지 씻을 수 있는 목욕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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