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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 '시화일률' 전…그림과 이야기 '한 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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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 '시화일률' 전…그림과 이야기 '한 몸'이 되다

입력
2011.01.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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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깊은 산 외딴 길섶에/ 이름 없는 한 송이 작은 꽃으로 피어나리라/ 혹여 그대가 한 번쯤 하찮은 실수로/ 바람처럼 내 곁을/ 머뭇거리다 지나칠 때/ 고갤 꺾고 꽃잎 한 장 바람결에 날려보리라.” (김용화의 ‘산길에서’)

시 옆에 화가 전병현(54)씨가 청록이 우거진 산길을 홀로 걸어가는 사람을 그린 작품이 걸렸다. 발 밑에는 붉은 꽃들이 아지랑이처럼 은은하게 피어 올라 ‘꽃잎 한 장 바람결에 날려보리라’는 문구를 연상시킨다. 그림을 보면 이야기가 읽히고, 시를 읊조리면 장면이 보였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내달 6일까지 열리는 ‘시화일률’(詩畵一律)전은 이처럼 문학과 미술을 짝지웠다. 시화일체(詩畵一體)의 정신을 음미하는 전시다. 화가 43명이 시인 74명의 시를 그림으로 옮겼다. 시인 고은, 정호승 등의 문학상 수상작 40편과 을 통해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 중에서 골랐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는 “시문학과 미술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가 교류해 낳은 작품을 통해 그림 속의 서사성, 문학 속의 회화성을 함께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남조 시인의 ‘면류관’을 고른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씨는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자화상에 면류관을 씌워 이를 컴퓨터 영상으로 표현했다. 뒤러의 머리 위에 서서히 면류관이 씌워지면 뒤러의 표정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내려갈 때/보았네/올라갈 때/보지 못한/그 꽃’(고은의 ‘그 꽃’) 은 화가 고영훈과 김정헌이 서로 달리 표현했다. 고씨는 두툼한 책장 위에 화사하게 피어 오르는 꽃을 켄트지에 그렸고, 김씨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노란 꽃과 검은 바탕에 하얀 선과 점으로 표현한 산기슭 그림을 나란히 전시했다.

서정적인 화풍으로 유명한 박항률씨는 시인 임보의 ‘가시연꽃’과 김미경의 ‘목련꽃 도서관’과 짝을 이뤘다. 겹겹이 쌓인 책을 소재로 한 ‘책을 쌓다’ 연작으로 알려진 화가 서유라씨는 정희성의 시‘봄날’을 읽고, 화분이 그려진 책 표지를 그렸다. (02)720-102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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