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시리즈와 <다빈치 코드> 이후 세계 출판계를 휩쓸고 있는 대형 베스트셀러인 스티그 라르손(1954~2004)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국내에 다시 상륙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 팔렸으나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인데 출판사를 바꿔 다시 나왔다. 문학에디션 뿔은 최근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전 2권)을 출간한 데,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전 2권),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까지 전 6권을 3월까지 연이어 펴낼 예정이다. 벌집을> 불을> 여자를> 다빈치>
스웨덴 출신의 작가 라르손의 데뷔작이자 유작인 밀레니엄 시리즈는 정의파 기자와 괴짜 천재 해커가 재벌과 정계 등 부패한 사회 지배층의 추악한 범죄와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의 3부작 스릴러. '밀레니엄'은 소설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운영하는 시사경제 월간지 이름이다. 2005년 스웨덴에서 1부가 출간된 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350만부가 팔렸고, 노르웨이(480만부), 영국(700만부) 등 유럽을 휩쓴 뒤 2008년 미국에도 상륙해 1,400만부나 팔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는 뉴욕타임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33주 동안 올랐고, 이번 주에 다시 1위를 차지했다. 내년 말 개봉을 목표로 할리우드 영화도 제작되고 있어 돌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벌집을>
흥미로운 것은 지난 수년간 유럽과 미국을 휩쓴 이 태풍이 국내는 비켜갔다는 점이다. 2008년 여름부터 2009년 여름까지 1~3부가 소개됐지만, 수 만부 정도만 판매되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범죄 스릴러물이 국내 주류 독자층인 20~30대 여성까지 흡수하는 장르가 아닌 데다 책이 소개될 당시 '미국발 태풍'이 불기 전, 그러니까 북유럽의 베스트셀러로만 알려진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체면을 구겼던 밀레니엄 시리즈가 출판사를 옮겨 다시 국내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미국에서의 폭발적 흥행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미국 흥행 소식에 국내 대형 출판사들이 재계약 경쟁에 뛰어들어, 저작권료(선인세)가 급등해 수 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측은 정확한 액수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1Q84>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루키가 쓴 <1Q84>의 선인세는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판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출판계도 선인세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거대 자본을 투입해 건곤일척의 흥행을 노리는 '블록버스터급 출판물'이 차츰 발을 넓히고 있다는 징표다. <밀레니엄> 의 흥행 여부가 이같은 출판 문화의 확산 여부를 가르는 한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엄>
전 세계적 흥행으로 현지에서는 저작권 상속 분쟁도 벌어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잡지 '엑스포'의 편집장을 지낸 라르손은'노후 보장 차원에서' 첫 소설로 밀레니엄 3부작을 썼으나 출간을 6개월 앞둔 2004년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건축가이자 번역가인 에바 가브리엘손과 공식적인 결혼은 하지 않은 채 30년 넘게 살았는데 스웨덴 법원은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저작권 수익은 라르손의 아버지와 남동생에게 넘어갔다. 가브리엘손은 현재 법적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지난해 5월 보도에 따르면, 라르손의 동료들은 기자 시절 글 솜씨가 없었던 라르손이 작품을 직접 썼다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있으며 가브리엘손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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