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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장 가보니/ "지금은 댄스 파티중…아무 소리 안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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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장 가보니/ "지금은 댄스 파티중…아무 소리 안들리죠?"

입력
2011.01.1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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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를 때리는 시끄러운 음악도, 정신 없이 돌아가는 현란한 조명도 없었다. 하지만 20평 남짓 카페는 어느 클럽 못지 않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춤에 빠진 이들에겐 1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도 문제가 아니었다.

15일 소리 없는 댄스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에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의 카페 노아이(NOI)를 찾았다. 입구에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 파티장'이란 안내판이 보였다. 10여 명의 스태프가 행사 준비로 분주하더니 시작 시간인 오후 9시가 다가오자 춤을 좋아하는 클러버(cluber)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음악 소리도 없이 어떻게 댄스파티를 즐긴다는 걸까. 궁금증의 해답은 무선 헤드셋에 있었다. 파티장에 모인 이들은 신분증을 맡긴 뒤 무선 헤드셋을 하나씩 받아 머리에 쓰기 시작했다.

잠시 뒤 진행을 맡은 MC 유재환(26)씨가 "자 이제 놀아볼까요"라고 외치자 환호와 함께 파티가 시작됐다. 클러버들이 저마다 춤 솜씨를 뽐낸다. 어리둥절해 하는 기자에게 행사 기획자 류재환(46) 감독이 "한번 써 보세요"라며 무선 헤드셋을 건넸다.

귓가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각종 일렉트로닉 하우스 음악. "DJ가 믹싱하는 음악을 헤드셋으로 들으면서 춤을 즐기는 겁니다. 외부 소음이 없으니 주택가에 있는 이런 카페에서도 밤새 맘껏 파티를 할 수 있는 거죠."

호주의 '빅 데이 아웃'(Big Day Out),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등 해외 유명 음악축제에서는 이미 '핫 트렌드'인 사일런트 디스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 본격 선을 보였다.

"어둡고 좁은 지하 공간에서 벗어나 담배 연기 없는 공간에서 신나게 놀아보자는 취지였죠." 갑갑한 공간을 탈출해 즐기는 새로운 대안 놀이문화라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류 감독은 대학 졸업 후 광고기획사 PD를 거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도 일했지만 자칭 '클럽 죽돌이'라고 할 만큼 자유분방했다. 일탈을 꿈꾸다 2003년엔 연구원 생활을 접고 대안문화기획 상상공장을 직접 세웠다. 하이서울페스티벌(1~3회)과 F1코리아 그랑프리 문화행사가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번 행사에 동원된 DJ장비세트, 무선 헤드셋 300여개(4,000만원 상당)도 류 감독이 자비로 구입한 것들이다.

오후 10시30분께 DJ 'Vamp'(본명 최현우)의 신호와 함께 흥에 겨운 클러버들이 거리로 나섰다. 파티의 하이라이트다. 영하 15도의 날씨에 살을 에는 듯한 거센 겨울 바람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진 못했다. 무선 헤드셋에 색색 풍선과 야광봉을 매단 채 일렬로 홍대 인근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송출 장소에서 반경 100m정도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이 노래 '짱'좋아" "뭐라고 안 들려" 음악과 춤에 심취한 채 한겨울 밤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거리의 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봤다. 트위터를 보고 친구들과 왔다는 김은영(25)씨는 "주변 사람한테 피해도 안 주고 맘껏 놀 수 있으니 좋잖아요. 야외 넓은 곳에서도 즐길 수 있으니 다른 사람 신경도 덜 쓰이고"라고 했다.

류 감독은 "IT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놀이문화 창출로도 연결된다. 카페로만 사용된 공간을 클럽으로, 때론 영화관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9시부터 '지칠 때'까지 예정됐던 이날 사일런트 파티는 다음날 오전 1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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