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의 강압적 분위기에 밀려 생색내기 시늉을 하거나, 홍보성 미끼 상품을 내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 들어 우유와 식용유, 씨리얼 등 26개 제품값과 함께 270여개 설 선물세트 가격을 동결 또는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8% 낮아졌지만 이번에 선호도 높은 제품 중심으로 가격을 동결하거나 할인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16일 320여개 설 선물세트 가격을 지난해 추석 수준으로 동결ㆍ인하키로 했고, 홈플러스는 6주 간격으로 600~700개 제품을 선정해 10% 정도 할인판매하는 행사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마트의 경우 상시저가 정책 자체가 불분명하다. 이마트는 지난해 1월 7일자 자료를 통해 "핵심 생필품은 1개월~1년간 지속적으로 인하된 가격에 판매한다"며 "2~3년 내에 모든 상품 가격을 인하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타사의 일주일 할인판매를 비판하며 "기존의 관행적인 대형마트 영업방식에 벗어나겠다"고 했다. 이는 4만여개가 넘는 이마트의 판매 제품 상당수를 상시저가에 팔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마트는 지난해 3월게 부터 상시저가 대상 품목을 일부 생필품으로 한정했고, 실제로 지난해 말 자체 집계한 상시저가 제품도 3,000개 안팎에 불과했다. 최근 가격 동결ㆍ인하 방침을 밝힌 26개 제품 대부분의 할인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샴푸와 분유 등은 가격 인상 주기를 감안할 때 올해는 변동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려면 작년에 천명한 가격인하 방침만을 착실히 실행해도 될 것"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소비자단체는 "물가안정이란 타이틀만 달았을 뿐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고 비판한다.
롯데마트나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들의 올 설 선물세트 가격 동결ㆍ인하 방침도 도마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정육ㆍ청과세트를 제외한 생활용품이나 가공식품은 지난해 추석 전후에 생산했거나 공장의 유휴라인을 활용할 경우 전체 제품의 70~90%는 가격 동결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한 업체 관계자도 "명절 선물세트 가격은 매번 직전 명절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이번에 특별히 가격을 낮추거나 동결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진정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할 생각이라면 소비량이 많은 품목 위주로 상시저가 판매에 나서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홍보성 미끼상품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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