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로 구제역이 발생한지 꼭 50일이 됐다. 역대 최장기록(52일, 2002년 5월1일~6월23일)을 갈아치우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정부는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추가 확산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상황. 특히, 인천 등 예방접종을 종료한 일부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백신까지 접종했는데도 계속 구제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기한다. 먼저 백신 접종 전 바이러스가 침투한 경우. 바이러스가 이미 광범위하게 번진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해봐야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는 통상 14일 정도가 걸리는데, 그 사이 구제역에 감염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때 바이러스가 인후두 등 특정부위로 숨어든 사례도 학계에 보고된 바 있어 예방 접종한 가축이 오히려 감염원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8일 처음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은 12월 중순 이후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염기서열과는 5개가 달랐다. 그러나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해 항체가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이중복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를 방어하지 못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바뀐 경우는 아직 없었다"며 "해외에서도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100% 완벽한 방어는 어렵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90% 가량은 항체가 형성되지만 나머지 10마리 중 1마리 이상은 항체 형성이 되지 않기 때문. 이상수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과장은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도 독감에 걸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말했다. 어차피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제역 발생 경과에 따라 백신접종 시기와 범위를 규정해 놓지 않은 방역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처럼 구제역이 추가 발병할 때마다 당국이 논의를 거쳐 그때그때 대응하기 보다 예방백신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마련하자는 것. 농식품부 관계자는 "1~2주간 잠복기, 확산속도 등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백신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가능한 할 수 있는 데까지 기준을 정해보자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식품부는 경북 청송과 충북 제천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한우가 정밀검사 결과 구제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경기 안성과 이천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추가 발생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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