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영하 11도로 내려간 15일 밤 서울 영등포구의 A아파트 주차장. 두툼한 베이지색 파카를 입은 여성이 연탄 크기의 회색 플라스틱통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나왔다. 여성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향하더니 주머니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에 넣었다. ‘윙’ 소리를 내며 전면에 있는 투입구가 열렸고, 회색통을 기계에 넣자 투입구가 닫혔다. 잠시 후 ‘탁탁탁’ 소리를 듣고 카드를 뽑자 빈 통이 나왔다.
이 기계는 영등포구가 올해부터 양평 2동에 시범 설치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기‘클린큐’. 회색통은 구에서 무료로 나눠준 가정용기다. 이 용기를 클린큐에 넣으면 안에서 자동으로 뒤집어 음식물 쓰레기를 비운다. 빈 가정용기를 꺼내 든 50대 주부 이경애씨는 “전에는 비닐 장갑을 끼고 나왔는데 이제는 그냥 버릴 수 있어 편하다”며 “음식물 쓰레기는 보기도 싫고 만지기도 싫었는데 깨끗하게 버릴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 주택가로 향하자 골목 곳곳에 클린큐와 기존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기존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에는 국물 얼룩 위로 먹다 남은 라면, 야채 찌꺼기 등이 언 채로 붙어 있었다. 뚜껑을 열자 겨울인데도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반면 옆에 있는 클린큐는 깨끗한 상태였다. 클린큐를 사용하면 수거용기 뚜껑을 열고 직접 붓지 않아도 돼 음식물 쓰레기를 흘리지 않는다. 손에 오물이 묻는 일도 없어진다. 또 음식물 쓰레기가 클린큐 안에 밀폐돼 있고, 탈취필터가 설치돼 있어 악취도 한결 적다. 가게 앞에 수거용기가 설치된 이불집 영진사의 할머니는 “내가 안 볼 때면 쓰레기 봉투를 서낭당 돌처럼 그냥 쌓아놓고 가는 바람에 여름에는 악취로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며 “새 기계가 생기면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클린큐가 좋긴 하지만 일부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골목 슈퍼마켓에서 만난 민지원(40)씨는 “깔끔해서 좋긴 좋은데 나이 드신 분들이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 수박껍질 같이 큰 쓰레기를 버리기엔 가정용기가 작다”고 지적했다.
영등포구가 행정안전부, 서울시와 공동 개발해 지난해 특허를 획득한 클린큐 서비스는 무선정보인식장치(RFID) 기술을 활용한 음식물 쓰레기 전자 계량ㆍ결제 방법이다. RFID칩이 바닥에 붙어있는 가정용기를 클린큐에 넣으면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해 요금을 부과한다. 신용카드뿐 아니라 교통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영등포구는 현재 세대당 한 달에 1,500원씩 음식물 쓰레기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청소과 박현규 팀장은 “클린큐로는 1㎏ 당 70원 정도의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 1인당 하루 음식물쓰레기 발생량(210g) 기준으로 4인 가족은 한달에 1,760원 가량의 요금을 내게 된다. 서울시 폐기물처리과 최홍식 팀장은 “영등포구의 성과를 지켜본 후 새로운 시스템의 확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강남ㆍ광진ㆍ구로ㆍ노원구는 음식물 쓰레기를 간편히 처리하기 위해 페달식 수거용기를 보급 중에 있다. 이 방식은 아래쪽의 페달을 밟아 수거용기 뚜껑을 열고 쓰레기 봉투를 넣을 수 있어 위생적이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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