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작가 권부문(56)씨의 개인전 ‘산수와 낙산’전에서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겨울 산과 바다의 다양한 표정을 만날 수 있다.
권씨는 고목에 거칠게 일어난 나무껍질 틈새 층층이 쌓인 눈과 하늘로 뻗친 메마른 겨울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눈송이까지 포착했다. 풍랑이 거친 겨울바다에 내리는 눈송이가 밤하늘 별똥별처럼 직선을 그리며 쏟아지는 반면, 고요한 겨울바다의 눈은 솜처럼 포근하게 내려 앉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높이 4~8m에 이르는 거대한 사진으로부터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면, 사진은 한 폭의 수묵화로 변한다. 화면 구성도 전통 수묵화의 형식을 빌어 수직이나 수평으로 긴 화면을 사용했다. 대형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흡사 권씨가 서서 사진을 찍고 난 발자국에 살며시 올라선 느낌이다.
그의 사진은 상징적 의미나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아무 것도 더하지 않되 있는 그대로를 치밀하게 포착하고자 한다. 그는 “풍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서 드러나는 현상이다. 보는 자의 마음 상태와 해석에 따라서 드러나기도 하고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것이 풍경”이라고 했다. 그는 작품 앞에 관객을 홀로 내버려둔다. 관객들은 적막과 고독을 넘어, 이미지 사이를 자유롭게 떠돌며 자연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산수’ 12점과 ‘낙산’ 22점이 나왔다. 12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한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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